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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윤정헌의 시네마라운지] 이스턴 프라미스

작성자
이언경
작성일
2008/12/19
조회수
705
[영남일보] 2008/12/19 내용만큼 영상도 충격적…목욕탕 나체 격투신 압권 런던을 배경으로, 러시아 마피아 조직과 한 간호사 가정의 이질적 두 세계를 통해 일상과 맞닿아 있는 폭력세계의 미학을 고찰하고 있는 '이스턴 프라미스'는 그 내용 만큼이나 영상도 충격적이다. 런던 어느 병원의 간호사 안나(나오미 왓츠)가 여아 출산 직후 사망한 14세 러시아 소녀의 일기장을 손에 넣는 순간은 영화가 일상에서 범죄 세계로 넘어가는 스타 게이트 관문에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아기의 연고를 찾아주기 위해 런던 우범지대의 러시아 식당 '시베리아 트랜스'를 찾아가는 안나의 러시아제 오토바이 뒤로 런던 풍광이 펼쳐진다. 그러나 타워 브리지와 빅벤이 버티고 선, 템스강 낭만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런던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영화 속 배경은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럽다. 말론 브란도의 '대부'가 미국 마피아 가족관계와 세습구조에 초점을 맞췄다면, 홍콩누아르 '영웅본색'은 동양적 의리로 뭉쳐진 조폭세계를 그려냈고, 곽경택 감독의 '친구'는 우정의 애잔한 실루엣에 조폭 껍질을 입혔다. 이스턴 프라미스 역시 범죄조직의 속 깊은 생리를 다루고 있으나 앞의 세 영화를 적당히 비틀고 뒤섞는다. 영화의 제재로 등장하는 러시아 마피아 이름은 '보리 V 자콘', 동유럽에 근거를 둔 런던 최대 범죄조직이다. 안나는 조직의 운전사이자 해결사인 니콜라이(비고 모르텐슨)와 교류 속에, 보스 세미온(아민 뮤러 스탈)과 망나니 아들 키릴(뱅상 카셀)이 소녀의 죽음과 연관되었음을 알게 되고 위기에 처하지만, 끈질긴 집념으로 신생아 목숨을 살린다. 오프닝을 장식하는 이발관 살인 장면과 목욕탕 나체 격투 신은 소름끼치도록 잔인하지만, 무늬 뿐만이 아닌 제대로 된 암흑세계의 현주소를 실감나게 알리는데는 제격이다. 이런 점에서, 천하의 냉혈한 세미온이 인자한 할아버지 모습으로 소녀에게 바이올린 주법을 가르치는 장면도 섬뜩하긴 마찬가지다. 서유럽에 뿌리내린 러시아 이민자들의 삶을 쌀쌀맞은 블루톤으로 채색한 이 영화가 말하려는 진정한 메시지는 니콜라이가 경시청 소속이라는 마지막 반전에 힘입어 강렬해진다. 세미온의 온화한 미소 뒤에 감춰진 섬뜩한 비수처럼, 인간과 인간으로 관계맺고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 폭력의 밑그림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건 분명 '우울한 달관'이다. 윤정헌<경일대 교육문화콘텐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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