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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수요칼럼] 표절과 패러디

작성자
이언경
작성일
2008/11/19
조회수
635
[영남일보] 200/11/19 문화콘텐츠 비중 높아지면서 스토리텔링 개발이 절실 기성 콘텐츠 재활용할 경우 문제의식과 도덕성 지녀야 1990년대 초반, 한 편의 사회성 짙은 코미디 영화가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실미도' '공공의 적' 등을 연출한 한국영화의 거장 반열에 속하지만, 당시만 해도 무명의 초립동(草笠童)에 불과하던 강우석 감독의 '투 캅스'가 바로 그 작품이다. 타락한 고참 형사(안성기 분)와 경찰학교 수석졸업의 신참 형사(박중훈 분), 이 두 사람의 상반된 인간형을 중심으로 경찰 내부의 부패상을 당대 우리 사회상과 접목시켜 공전의 히트를 이끌어냈던 이 작품은 그간 금기시되어 왔던 권력집단에 대한 풍자를 서민의 눈높이에서 실행했다는 점에서 단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언론은 연일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부르짖으며 영화의 기발한 착상에 감탄을 토해냈고, 외화에 몰리던 관객의 발길은 갇혔던 봇물이 터지듯 일시에 '투 캅스' 상영관으로 향해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영화가 프랑스 코미디 '마이 뉴 파트너'를 고스란히 베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어제까지 이 영화의 영원한 '지킴이'를 자처했던 각종 매체는 일순 등을 돌려 격렬한 매도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 때 제작사 주변의 일각에서 조심스레 제기된 것이 소위 패러디론(parody論)이었다. 패러디란 기성작품의 성과에 편승해서 의도적으로 원작을 역설적으로 비틀어 해석함으로써 관객 또는 독자에게 또 다른 신선한 감동을 주려는 일종의 '풍자적 모방'을 말한다. 따라서 강탈한 검은 돈으로 철저히 자기 이속을 챙기는 프랑스적 상황을 담은 '마이 뉴 파트너'를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공복으로 회귀하는 한국적 상황으로 치환시켜 한국인의 정서에 절묘히 부합시킨 '투 캅스'는 남의 창작물을 그대로 도용하는 표절과는 달리, 패러디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이는 이 논리는 그러나 비양심적범죄행위인 표절과 정당한 창작의 한 유형인 패러디의 발생환경과 생리를 무시한 데서 빚어진 억측에 불과했다. '마이 뉴 파트너'는 프랑스적 정서의 거부감과 홍보부족 등으로, 국내 개봉 당시 흥행에서 그다지 재미를 못 본 실패작이었다. 일반 관객은 물론이고 영화평론가들조차 '투 캅스'를 보면서 '마이 뉴 파트너'를 풍자적으로 모방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할 정도로 '마이 뉴 파트너'의 인지도는 미미했던 것이다. 따라서 두 영화 간에는 패러디의 생산적 관계가 형성됐다기보다는 표절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름대로 한국적 상황에 맞게 잘 각색하고 결말도 조절하여 흥행에 성공한 '투 캅스'의 선전을 일방적으로 폄훼할 순 없겠지만, 오프닝이나 엔딩 크레디트에서 단 한 줄이나마 원작을 밝혔더라면 이런 구차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텐데 생각하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국가성장 동력산업에서 문화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제고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와 효력이 당장 눈 앞에 제시되어 실용화되는 자연과학적 결과물에 비해, 독창적 아이디어를 중요시하는 문화콘텐츠 분야에선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참신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때 이미 검증된 기성 콘텐츠를 시류에 맞게 재활용하여 수요자의 감동을 창출해낼 수 있다면 경색된 문화콘텐츠 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퍽 의미 있는 방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성 콘텐츠를 재활용하는 '패러디'적 시각이라도 원작과 차별화되는 분명한 문제의식과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다면, 무슨 작품이든 우선 베끼고 보자는 '표절'적 매너리즘의 구렁텅이에 빠질 우려가 짙다. 문화콘텐츠의 효용과 윤리라는 점에서 깊이 생각해 볼 대목이다. 이남교<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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