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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윤정헌의 시네마라운지]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

작성자
이언경
작성일
2008/10/24
조회수
831
[영남일보] 2008/10/24 색다른 스토리텔링 인상적 미국독립영화의 거장, 조엘 코헨의 어부인(御夫人)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연애 컨설팅 코미디란 초유의 장르에 납셨다. 결코 미인이랄 수 없는 용모를 특유의 내면 연기로 무덤덤하게 상쇄시켜 버리는 그녀의 내공은 이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1997년 '파고') 관록이 증명해 주고도 남는다. 죽기 전에 읽어야 할 1001권의 소설에 선정된, 영국여류 위니프레드 왓슨의 1938년 작품을 영화화한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는 제인 오스틴 그늘에 가려 있었던 이 낯선 작가의 스토리텔링 마력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인도 출신의 영국 감독 바렛 낼러리는 남다른 감성으로 1930년대 럭셔리한 런던 사교계의 24시간을 고혹적으로 펼쳐보인다. 우연한 기회에 런던 최상류층 카운슬러가 되어버린 '홈리스 여인의 신데렐라형 스토리'라는 점에서 우선 대중에게 먹혀들기엔 딱이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소망을 은막을 통해 대리구현하려는 헐벗은 민중들로 경제공황기 할리우드 극장가는 초만원을 이루지 않았던가.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만 하루로 고정되어 있다는 점도,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공간의 의미(당대 최상류층 생활공간의 세밀한 투사)를 유기적으로 재창출할 수 있기에, 퍽 인상적이다. 1930년대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당대 하루 동안 경성 공간의 박물적 투사로 선연한 흔적을 남겼듯이 말이다. 목사 딸로 근엄한 도덕적 굴레에 갇혀 있던 페티그루(프랜시스 맥도먼드)가 도덕성 부재 철부지 에로티스트 라포스(에이미 애덤스)의 위험한 삼중 연애를 능숙히 교통정리해 주고 자신도 진정한 사랑을 성취한다는 스토리는 그간 로맨틱 코미디와는 좀 다른 설정이다. 연애 당사자끼리의 결합은 물론이고 중매쟁이까지 제 머리 깎아버리니 말이다. 그러나 영화가 말하려는 바처럼, 첫 사랑의 비련을 아름답게 간직한 페티그루는 결코 제 머리를 깎으려 한 적이 없다. 비즈니스로 연애하는 라포스에게 가슴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컨설팅해 줄 뿐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진정한 가슴으로 훔쳐본 중년신사 조 블룸필드의 농익은 구애를 무안하게 하지 않는다. 멋진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착각하지 말자. 윤정헌<경일대 교육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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