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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윤정헌의 시네마라운지] 멋진 하루

작성자
이언경
작성일
2008/10/10
조회수
774
[영남일보] 2008/10/10 저예산 영화 불구 섬세하고 은근한 멜로 칸의 여왕 전도연이 TV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자신을 경호했던 5살 연하 하정우와 동갑내기 커플이 되어 가을 은막에 돌아왔다. 천성적인 유머감각과 뛰어난 인물 창조로 일상을 재정렬하는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멋진 하루'는 채권자와 채무자로 다시 만난 두 연인의 하루 동안의 '이유 있는'동행기이다. 저 유명한, 네오리얼리즘의 명작 '자전거 도둑'(비토리오 데시카 감독·1948)은 '자전거를 잃어버린 부자(父子)의 하루 동안 로마시내 방황'(표면구조)을 통해 '2차대전 직후 피폐한 삶에 찌들린 이탈리아 국민의 고단한 민생'(이면 구조)을 관객의 뇌리에 담담히 심어주었다. 멋진 하루는 옛 연인에게 350만원의 채무가 있는 희수(전도연)와 채무자 병운(하정우)의 하루 동안의 서울시내 여정이라는 표면적 설정을 통해 기실은 이들의 아련하고 풋풋했던 옛 사랑의 기억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형식을 취한다. 초겨울 서울을 배경으로, 하루 동안 펼쳐진 헤어진 연인 사이의 두 번째 로맨스를 영상에 담기 위해 촬영진은 40여 일 동안 서울 시내 58곳을 구석구석 누볐단다. '몸으로 때운' 그 열정 탓에 20억원 저예산영화 치곤 제법 섬세하고 은근한 멜로의 밑바닥 감성을 건드린다. 희수가 빚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동행하며 들르는 병운의 화려한 여성편력(연상의 여성 사업가·호스티스·싱글맘 초등 동창 등) 현장에 이르는 도정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고 사는 우리 시대의 무감각을 상기시킨다. 종로의 뒷골목, 이태원의 언덕길, 해질녘의 육교와 비 오는 날의 건널목 등 추억이 서린 서울시내 곳곳의 실루엣은 어느 것 하나 가슴 설레고 코끝 찡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지나치리 만큼 절제된 감정의 폭과, 불친절하다 못해 눈꺼풀까지 무겁게 만드는 서사의 결핍은 가끔씩 화면 밖을 응시할 정도로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밋밋함과 지루함 속에서도 영화는 두 가지를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병운 같이 대책 없는 남자 만나면 여자가 어떤 고생을 해야 하는지와 그래도 이런 '밝고 편안한 남자'와의 추억은 아름답기만 하다는 것을…. 그래서 본전은 건질 수 있는 영화이다. 윤정헌<경일대 교육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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