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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윤정헌의 시네마라운지] 다찌마와 리…

작성자
이언경
작성일
2008/08/22
조회수
870
[영남일보] 2008/08/22 인터넷서 히트 친 단편 극장용으로 업그레이드 '조잡한 스토리' 아쉬워 한국형 쾌남 첩보물을 표방한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에는 평소 감독 주위를 맴도는 낯익은 캐스팅 군단이 총집결돼 있다. 친동생 류승범을 비롯해 공효진·박시연·정두홍 등을 주변부에 배치하고 진지함과 코믹함을 야누스의 두 얼굴로 버무린 한국영화의 피에로, 임원희를 타이틀롤로 내세운다. 현재 방화시장의 선두주자 '놈,놈,놈'과 일정 부분 스토리 틀과 시공적 배경을 같이 하면서도, 어찌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고 관객들을 조롱하는 듯한 콘텐츠 발상에 허탈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이 영화는 2000년, 129만 명 조회수를 기록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인터넷 단편을 극장용으로 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원작에서 강호 제일의 협객이었던 '다찌마와 리'를 세계를 주름잡는 민완 첩보원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1940년, 특수요원들의 명단이 담긴 일급 기밀문서와 여성 비밀요원 금연자(공효진)가 작전 수행 도중 사라지자, 임시정부의 비밀요원 다찌마와리(임원희)가 해결사로 투입된다. 관능적 스파이 마리(박시연)와 파트너가 되어 단서를 찾던 다찌마와리가 살쾡이(류승범)와 왕서방(김병옥)의 마적단에 의해 기억을 상실한 후, 한 소녀(황보라)의 도움으로 재기해 일본쪽 첩보 브로커 다마네기(김수현)를 쫓는 도정은 할리우드식 로드무비를 한국적 발상으로 변용시킨 유쾌하고 발칙한 패러디에 다름 아니다. 액션과 로맨스의 바탕 위에 첩보 스릴러로 덧칠을 했건만, 처음부터 짝퉁임을 숨기지 않는 무모한 당당함이 오히려 관객을 당혹스럽게 한다. 믿었던 올림픽 양궁에서,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한국 선수가 실수를 했다면, 이 영화에선 아예 그런 고민의 여지를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대관령 어디로 보이는 스키장을 스위스의 설원이라 우기고, 번역자막을 읽지 않아도 뻔히 들리는 외국어들을 굳이 자막으로 처리하는가 하면, 프린스턴 대학생들은 영어회화 테이프를 그대로 재생시킨 듯한 교과서 대화만을 나눈다. 가히 '따라지로 장땡을 잡는' 허허실실(虛虛實實) 전략이 어이없다기보다 기발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영화적 진지함을 포기한 '조잡한 스토리'의 반짝 매력은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곧 소멸될 것이다. 윤정헌<경일대 교육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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