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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윤정헌의 시네마라운지] 님은 먼 곳에

작성자
이언경
작성일
2008/08/08
조회수
739
[영남일보] 2008/08/08 로드무비 방식 인생고백록 여성의 시각으로 본 전쟁 여성관객 공감 받을지 기대 1970년대의 '섹시 효리'김추자가 노래한 '님은 먼 곳에'는 원래 당시 동양방송(TBC)의 드라마 주제가였다. 전국 네트워크가 아닌 수도권 방송의 한계로, 드라마는 별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신중현이 작곡한 주제가는 그녀의 다른 히트곡 '늦기 전에' '간다고 하지 마오'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과 함께 70년대 대중가요 불후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인생사 그윽한 애증을 혼신의 창법으로 노래한 이 가요가 이제 40년 세월을 훌쩍 넘어 은막 위에서 새로운 콘텐츠로 변용돼 관객에게 손짓하고 있다. 방언의 역사적 희화화(황산벌)에서 광대와 폭군의 상생적 인간관계(왕의 남자)를 거쳐 퇴락 가수와 매니저의 우정(라디오 스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영상 스펙트럼을 펼쳐온 이준익 감독이 한 장의 월남전 위문공연 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영화 '님은 먼 곳에'는 로드무비 방식을 취한 인생고백록이다. 순진무구한 시골 아낙 순이(수애)가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듯 파월장병이 된 남편 상길(엄태웅)을 찾아 위문공연단 일원으로 월남에 가게 된다는 설정은 '길떠남'의 여정을 통해 인생사 새로운 섭리를 깨닫게 되는 로드무비의 기본적 형성원리와 그대로 맞닿아 있다. 문제는 '남편 찾기'라는 순이의 '길떠남' 과정이 얼마나 관객들에게 그럴 듯한 설득력으로 다가오느냐 하는 것인데, 이것이 영화 흥행을 좌우하는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서사예술은 인물의 행위를 통해 사건을 진전시키고 그 사건들의 연결 속에서 자연스럽게 주제를 형상화해낸다. 티끌만한 애정도 없이 결혼이란 인신제도권(人身制度圈)에 들어선 미각성(未覺醒)의 여인이 하루 아침에 목숨을 건 대장정에 들어서기까지의 인과적 개연성을 과연 라스트 신의 감동과 김추자의 노랫가락 만으로 대체할 수 있을는지 자못 의심스럽다. 이와 함께 구태여 월남과 월남전이 순이의 망부가(亡夫歌) 배경적 현장이 되어야 하는 당위성 문제도 제기된다. 그러나 그 동안 전쟁 이데올로기 측면에서만 다뤄져온 월남전의 소재처리 방식 및 접안 영역을 보다 광역화했다는 점에서 이는 오히려 신선한 시도로 읽힐 수 있다. 하여튼 여성화자 시각에서 본 전쟁소재 영화로 홍보된 이 영화가 과연 얼마나 여성관객의 공감을 받을 수 있을는지 기대된다. 윤정헌<경일대 교육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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