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수요칼럼] 명품 도시를 위한 기호 만들기
- 작성자
- 이언경
- 작성일
- 2008/07/30
- 조회수
- 830
[영남일보]2008/07/30
대구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역사·문화적 의미를 부여하는 기호·상징 만드는 작업 시급
도시공간의 심미성 고려해야
여름 더위는 대구의 대표적 이미지 중의 하나다. 전국적으로 가장 더운 도시라는 이미지는 분명 좋은 것이 못 된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오랫동안 그랬지만, 근래에 와서 이 같은 부정적인 자연 여건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좋은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1980년 이후 시와 시민이 힘을 모아 나무를 많이 심고, 녹지 공원을 조성하고, 도시를 통과하는 신천과 금호강을 살리는 등 도시 공간을 정비하고 계획하는 데 생태학적 개념을 도입했다. 그 결과 대구의 여름 평균 기온은 예년에 비해 1.2℃ 정도 낮아졌다는 통계도 있고, 전국 '최악의 무더위 도시'라는 오명도 벗게 되었다고 한다.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도시를 재정비하여 세계적인 명품 도시가 된 대표적인 예가 스페인 북부 빌바오시다. 1980년대 이 지역 철강업과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도시의 공장 지대는 폐허가 됐고 직장을 잃은 사람은 연일 시위에 참여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도시를 살려 위기를 극복하려면 '문화 도시'로의 탈바꿈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지방 정부와 시민이 힘을 합해 죽어가는 네르비온강을 되살리는 한편,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분원을 유치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이 드디어 개관하자 세계의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도시 빌바오는 보기 싫은 도시에서 누구나 꼭 한 번 찾아보고 싶은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 태어났다. 이는 이 미술관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을 유치하는 등 도시를 재정비하면서 문화적인 요소를 최대한 강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명품 도시 혹은 미래 지향적 도시가 되려면, 우선 그 공간에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만족감을 주어야 한다. 도시의 구조와 시설이 생활하기에 편리하고, 환경이 자연 친화적이어야한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의도적인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생성시킬 수 있는 기호를 만드는 일이다.
도시 공간은 다양한 기호의 총체이다. 기호화는 해석과 인지 과정이기 때문에 기호를 통해야 의미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도시 공간에 놓인 하나의 기호는 어떤 것을 의미하고 보증한다. 가령 대구가 사과 산지로 유명했을 때, 대구의 '사과'라는 기호는 '미인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사과는 미인을 보증하는 기호였던 것이다. 대구에 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역사나 문화적으로 깊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기호나 상징을 만드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작업은 한 편의 아름다운 시를 창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동대구역에서 범어네거리로 가는 동대구로는 동대구역과 대구공항으로 이어지는 도로이기 때문에 외지에서 대구로 들어오는 관문이다. 이 거리에는 아름드리 히말라야시더가 줄지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심은 지 40년이 넘은 대구의 명품이고 동대구로의 공간 기호다. 그런데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설치한 받침대가 5m나 될 정도의 긴 쇠파이프다. 위로 치솟은 나무와 옆으로 뻗은 가지, 서로 엉켜있는 사선의 쇠파이프, 직선으로 나 있는 도로, 고속으로 직진하는 자동차, 이 모두가 직선의 이미지다.
대구를 대표하는 미적 공간이나 문화적 기호가 되기 위해서는 직선과 곡선이 조화된 디자인이 필요하다. 빌바오시가 문화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도시 공간의 심미성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추진해 온 '푸른 대구' 가꾸기는 하나의 도시 공간의 기호화라고 할 수 있다. 그 효과와 가치가 충분히 입증된 현 시점에서, 대구시가 명품 도시로 태어나기 위한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는 자명한 듯하다.
이남교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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