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수요칼럼] 디지로그와 하이브리드적 융합을
- 작성자
- 이언경
- 작성일
- 2008/07/02
- 조회수
- 846
[영남일보] 2008/07/02
정보사회의 패러다임은 쌍방향성과 상호융합 지향
'디지로그'사고가 화해물꼬… 춧불시위 난제 해결에 도움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생활 깊숙한 곳까지 파급되었다. 우리 일상은 현실 공간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의한 가상공간에도 걸쳐 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조차 무너지는 새로운 문화의 패러다임 속에 놓인 현대인은 혁명적인 삶의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현실적 활용성을 높여가는 사람도 있으나, 그 문제점을 빌미로 비판적 정서를 확대 생산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디지털 문화 혹은 사이버리즘 그 자체보다 그것을 인식하고 활용하는 데 편향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분열과 대립이 조장되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균형 있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직도 꺼지지 않는 촛불 집회를 보자. 집회 현장은 아날로그 광장이다. 집회, 시위, 거리 행진은 특정한 현실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반면 집회의 에너지원인 이슈에 대한 정보나 주장은 대체로 디지털 매체인 인터넷 장에서 토론을 거쳐서 생성된다. 정책 방향에 대한 인식과 상호소통은 가상공간이, 실천적 행동은 현실 공간이 주가 된다. 사이버 공간의 원래 태생은 밀실이다. 그러기에 가상공간에서 마련된 '아고라'는 실천이 빠진 완전하지 못한 광장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해 주는 것이 행동적 실천을 지향하는 실제 공간의 광장이다. 촛불 집회가 정치적인 주장보다 독특한 문화 형태를 이루어낸 것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적절한 융합이었다. 광장을 팽개치고 밀실로 들어갔던 90년대의 디지털이 아날로그 광장과 만나는 그 현장은 일종의 축제였는데, 점점 그 의의가 퇴색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축제를 배반하는 폭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피터 드러커 교수는 통신기술의 발달로 사이버 상의 원격 강의가 가능하게 되면 대학 캠퍼스는 없어질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어떤가? 기존 우수 대학의 캠퍼스는 갈수록 철옹성이 되어간다.한편으로 드러커 교수의 주장처럼 사이버 대학이나 대학 밖의 인터넷 강의는 점점 확대되어 허약한 대학들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제3의 융합을 지향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1990년대 영상시대의 징후가 확산되자 많은 사람은 책의 몰락을 앞 다투어 예언했다. 영상 매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그것의 다양한 이용가치를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문자 시대의 종말을 점쳤는데, 특히 문학의 죽음을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젊은 세대가 종이신문을 버리고 인터넷뉴스 사이트를 두드렸다. 취미가 독서에서 영화감상으로 바뀌었고, 백만 관중을 넘는 영화가 속속 등장했다. 그런데 과연 책은 영상에 밀려 몰락하고 말았는가? 책은 아직도 건재하는 편이다. 오히려 교육 현장에서는 독서와 쓰기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매체는 메시지다"라는 말처럼, 오늘날 다양한 뉴미디어는 정보 소통의 방법뿐만 아니라 정보 자체까지 좌우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어령 교수의 '디지로그'를 기발한 착안의 하나로만 생각지 말고 막힌 물꼬를 틔우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보 사회의 패러다임은 쌍방향성과 상호 융합을 지향한다. 전혀 이질적인 것이 융합하여 창의적인 정보를 생산한다. 각개로 머물 때 각을 세웠던 대립은 융합을 통해 화해를 이뤄낼 수 있다. 화해로의 전환을 도출해낼 수 있는 그것이 바로 디지로그이고 하이브리드적 사고방식이다. 이러한 사고는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여러 난제를 해결하는 데 좋은 참조가 될 것이다.
이남교<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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