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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윤정헌의 시네마라운지] 쿵푸 팬더

작성자
이언경
작성일
2008/06/20
조회수
853
[영남일보] 2008/06/20 단조로운 스토리 불구 만화적 상상력 돋보여 할리우드의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중국적 콘텐츠를 빌려 만든 '쿵푸 팬더'는 새로운 차원의 애니메이션이다. 기성 고전의 익숙한 스토리에 현란한 그래픽의 옷을 입혔던 전작들에 비해, 쿵푸 팬더는 베이징 올림픽 홍보용이란 꼬리표 때문인지, 캐릭터와 세팅 등 스토리텔링의 모든 면에서 중국적 발상과 동양적 교훈성이 넘쳐난다. 스토리와 레이아웃의 총책임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알고 난 뒤에도 그 경이로움은 좀체 사그러들지 않는다. 중국 쓰촨성(공교롭게도 지진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에서만 서식하는 앙증스러운 희귀동물 팬더를 타이틀롤로, 무림의 메카 소림사를 연상시키는 환상적 배경에, '무적의 5인방'으로 은유되는 필살의 동양권법(호랑이 타이그리스의 호권, 원숭이 몽키의 후권, 살모사 바이퍼의 사권, 학 크레인의 학권, 사마귀 맨티스의 당랑권)이 등장하는 대목에선 오리엔탈리즘을 상업적으로 재활용하는 할리우드의 상투적 전략이 그대로 읽혀진다. 주인공 포가 신체적 조건(게으르고 둔하고 무지 뚱뚱하며 식성 하나만 좋은)과 당면한 현실(아버지로부터 비법을 전수해 국수가게의 후계자가 되어야 하는)과 지향하는 이상(용의 문서를 전수해 쿵푸의 최고달인이 되려는) 사이에서 고민하다, 어느 순간 쿵푸의 달인이 되어 정의의 수호신으로 대변신하는 스토리도 개연성이 부족해, 작위적 교훈성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뱃살 출렁거리는 운동신경 제로의 팬더가 무적의 5인방은 물론 너구리 사부 시푸마저 감당하지 못한 초강력 내공의 타이렁을 제압하는 단서가 된 용의 문서에는 쿵푸의 절대비법이 아닌 빈 여백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것은 매사에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하라는 인생사의 거룩한 비법을 우회적으로 담론한 것이다. 스토리의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만화적 상상력이 일궈낸 캐릭터 그래픽과 쿵푸 동작의 영상적 재현, 그리고 무림의 일원이 되기에는 '꽝'인 팬더를 쿵푸의 달인으로 설정한 유머적 발상이 관객을 즐겁게 한다. "무식하고 굼뜬 팬더가 용의 전사가 돼, 타이렁을 물리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20년간 갇혀 있었던 타이렁의 심정도 이해가 돼요." 시종일관 진지하게 관람하던 옆자리 여고생 관객의 촌평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윤정헌<경일대 교육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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