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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윤정헌의 시네마라운지] 할람 포

작성자
이언경
작성일
2008/05/09
조회수
736
[영남일보] 2008/05/09 섹스 스릴러에 성장영화 접목 감독의 실험정신 돋보이는 수작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영국영화 '할람 포'는 성장소설 문법을 따르는 성교육 지침서인 동시에, 소년의 심리에 의탁해 인간 내면을 천착해 나가는 사이코테라피(심리치료) 텍스트이다.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재혼(여비서와의)을 받아들일 수 없는 청소년 할람 포(제이미 벨)의 성장통(成長痛)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관음증'을 제재로, '스릴러'틀에 담아 펼치는 영화는 이니시에이션 스토리(Initiation Story;성년식 이야기)의 전형적 요소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니시에이션 스토리'란 미혹(迷惑)한 의식의 미성년이 자신에게 닥친 시련 속에서 충분히 고통을 겪은 뒤, 그 극복과 상처 치유를 통해 비로소 성년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를 말한다. 할렘은 엄마의 죽음에 새 엄마 베리티(클레어 폴라니)의 음모가 연계되었다고 믿고 염탐 중, 예기치 않게 그녀와 첫 섹스를 경험한다. 이는 미숙한 채로 헝클어진 자아가 치명적 욕망놀이로 접어드는 전주곡이다. 어머니를 죽게 한 아버지(시아란 하인즈)의 여인과 살을 섞었다는 이중적 부채의식은 소년을 또 다른 공간(에딘버러)으로 도피하게 하고, 할람은 여기서 어머니를 빼닮은 또 다른 여인과 조우한다. 호텔리어 케이트(소피아 마일즈)에게서 죽은 어머니 향기를 향유하려던 할람은 그녀에게 내연의 남자(호텔 지배인)가 있음을 알고 다시 한번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영화는 18세 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인생 난제를 '옐로 페이퍼'화선지에 조목조목 옮겨 적고 있다. 백색으로 남은 답안지에 할람이 어떤 답을 적어 넣을지 영화는 후반부의 결구를 향해 호흡을 가다듬는다. 뒤틀리고 피해의식에 젖은 자기모멸감에서 해방되는 순간, 세상의 순백하고 진정한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다는 당연한 섭리를 할람은 자신이 몸소 치른 다양한 실습(?)과 체험을 통해 깨닫고 성인 세계로 나아간다. 건축가 아버지가 지어준 높은 나무집에서 세상사 은밀한 풍경을 엿보던 소년의 호기심이 또래 사춘기적 성집착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향한 건강하고 풍요로운 자아 확산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구원이 도래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섹스 스릴러'에 성장영화를 접목한 데이빗 매킨지 감독의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윤정헌(경일대 교육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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