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윤정헌의 시네마라운지] 아이언맨
- 작성자
- 이언경
- 작성일
- 2008/05/23
- 조회수
- 801
[영남일보] 2008/05/23
작위적 설정 실소 자아내
다양한 스토리는 긍정적
판타지 동화 속의 슈퍼히어로는 거의가 태생적 초인이거나 황당한 개연성을 등에 업고 초능력을 얻게 마련이다. 그러나 존 파브로 감독의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는 더이상 이런 고정관념의 산물이 되기를 거부한다. 자신의 선택과 능력, 그리고 21세기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타입의 하이테크 슈퍼 히어로를 지향한다.
발군의 사업수완을 가진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세계 최고 무기회사를 이끄는 CEO. 아프가니스탄에서 신무기 실험을 끝내고 귀환 중, 게릴라에 납치된 그는 이들로부터 무기제작을 강요당하지만 전투형 아머 슈트를 만들어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후, 점차 개량된 형태의 아머 슈트를 개발해 악을 응징하는 정의의 수호신으로 거듭나게 된다.
토니가 일차원적 전투수행능력에 머물렀던 초기 아머 슈트에서 점차 기능성과 디자인이 향상된 상위 모델로 꿈을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은 아날로그적 테크놀로지가 디지털식 하이테크로 변모해 가는 수순인 동시에, 소아적 개인사업가가 대승적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주인공)로 변모해 나가는 상징적 절차에 다름 아니다. 개인적 치부를 위한 수단으로 무기를 만들며 방탕한 생활을 즐기던 이기적 사업가가 '신체의 피납'이란 개인적 변고를 겪은 뒤, 우주적 인류애로 똘똘 뭉쳐진 영웅으로 바뀐다는 설정이 지극히 작위적이어서 일견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만화 원작의 태생적 패러다임을 염두에 둔다면 크게 괘념할 문제는 아니다. 어느 개그 프로그램의 구호('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는)처럼 오락영화의 대중위무적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단순한 만화적 상상력이 스토리텔링 층위를 심화, 확장시키는데 순기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선 필요악(?)이라고나 할까. 아머 슈트가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입체적이고 다양한 스토리는 강렬한 액션, 화려한 볼거리와 어우러져 영화의 재미를 훨씬 배가시키고 있다. 태생적 초인이 아닌 인간적 고뇌의 산물로서 영웅이 만들어가는 무용담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는 건 관객들로선 이만저만 행복한 일이 아니다. 다만 속편을 염두에 둔 탓인지, 스토리 범주가 아머 슈트의 탄생비화 언저리만 맴돌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윤정헌(경일대 교육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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