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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집결호

작성자
이언경
작성일
2008/03/28
조회수
727
[영남일보] 2008/03/28 집결호 '햄릿'을 동양적 색채감으로 재해석했던 '야연'의 명장, 펑 샤오강 감독이 우리에겐 낯선 국공내전의 비화를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은막을 두드렸다. 영화 '집결호'는 집결호(퇴각을 알리는 나팔소리)를 듣지 못해 부하들을 죽였다는 자책에 사로잡힌 한 전쟁영웅의 고백록이자 과도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 사회의 초상적 견문록인 동시에 우리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하는 인생사 교본이기도 하다. 이런 잡화점(?)식 성향 때문에 '중국 안은 열광적이지만 중국 밖은 심드렁하다'느니 '국가보훈처에서 만든 영화'라거나 '오성홍기 휘날리며 스필버그(강제규) 따라 가기'혹은 '스펙터클과 휴먼드라마의 어설픈 결합'등 갖가지 촌평이 난무하기도 했다. 1948년, 인민해방군과 국민당군이 치열하게 맞섰던 '문하전투'에서 '집결호'를 듣지 못해 47명의 부하들을 몰살시켰다는 자책에 사로잡혀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해방군 제2야전군 139연대 9중대장 출신 구지디(장한위). 그가 한국전 참전과 문화혁명 적응 등 영욕의 세월을 인내하며 집결호에 얽힌 진실을 밝혀내고, 억울하게 죽은 부하들을 신원(伸寃)한다는 내용은 '고난 극복의 영웅 로맨스'와 외형적으로 맞닿아 있다. 여기에 국공내전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중국 현대사의 그늘과 이를 둘러싼 갈등, 그리고 인간 내면을 관통하는 근원적 휴머니즘에 더하여 '태극기 휘날리며' 특수효과 팀이 참여해 진가를 드높인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 등이 진부한 영웅 로맨스에 초칠을 해, 리얼리티를 제고(提高)시킨다. 더욱이 마지막 크레디트에서 영화의 내용이 실화에 기초했음을 밝히고 있어, 영화적 허구의 진공상태에 잔존한 부유물을 말끔히 수거해 가는 깔끔함을 선사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설정과 장치를 통해 다양한 면모를 보이려 욕심을 부린 탓인지, 구지디의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뚜렷한 인각을 남긴 영화로 기억되기는 힘들 것 같다. 구지디의 전쟁 후유증이 '하얀 전쟁'의 한기주(안성기)와 변진수(이경영)를 넘어서기엔 국가적 프로파갠더(선전술)가 너무 강하고, 격렬한 전쟁 신과 반전적 메시지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이미 체험한 관객의 눈높이 아래 맴돌아, 아쉽기만 하다. 윤정헌(경일대 교육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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