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수요칼럼] 봄은 준비한 사람에게 온다
- 작성자
- 이언경
- 작성일
- 2008/03/12
- 조회수
- 746
[영남일보] 2008/03/12
봄은 스스로 설계해야
실패를 두려워 해선 안돼
계획 실천은 오직 공부
대학이 새 학기에 들어갔다. 새내기들의 분주한 발걸음과 호기심 넘치는 시선으로 캠퍼스는 생동감이 넘쳐난다. 겨울의 마지막 매운맛이 바람에 묻어나고 있으나, 새로 출발하는 08학번의 표정에는 벌써 봄 냄새가 물씬 풍긴다. 나무는 새 잎을 틔우려고 기지개를 켜고, 대지는 새 생명을 키우려고 겨우내 얼었던 몸을 풀고 있다. 계절의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오는 봄을 앉아 맞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고 아름답게 가꾸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누구도 대학을 낭만이 넘치는 상아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새내기 앞에 봄의 달콤한 꿈은 잠시뿐, 곧 팍팍한 현실의 논리들이 압박해 올 것이다. 멀게는 취업을 위한 계획서를 마련해야 하고, 당장은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외부의 도움을 얼마간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제 모든 고민은 자신의 몫이다. 봄이 왔건만 자신에게는 비켜가는 듯한 소외감을 느낄지라도, 08학번이여, 미리 실망하거나 불안해하지 마라. 부족한 여건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자세부터 배우자. 봄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봄을 설계해야 한다.
물론 현실을 배제한 계획은 화려하지만 공허하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여 지나치게 성공 모드만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적인 삶을 희생할 가능성이 크다. 사람은 길 위에 있기 때문에 길을 잃어버리고 방황할 수 있다. 길을 잃고 헤매면서 맛보는 좌절과 절망감은 시간이 지나면 앞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된다. 실패하지 않으려고 잔꾀를 내다보면 오히려 더 많은 압박감에 시달린다.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애쓰면 성공의 크기와 기쁨은 반감되게 마련이다. 안정된 직업, 평탄한 생활, 힘들이지 않고 얻는 수확에초점이 맞춰진 것보다는 과감한 도전이 주는 매혹의 설계도를 준비하자.
계획서가 마련된 후 뒤따르는 것은 실천이다. 준비한 계획이 나른한 봄날의 아지랑이 속으로 사라져서는 안 된다. 실천의 길은 오직 공부다. 공부는 밖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밖에 이미 존재하는 것을 단지 수용하기보다는 나의 관점에서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공부다. 주체적일 때 창조적일 수 있다. 그런데 종착지가 내 안이라고 해서 안에만 머물면 진정한 실천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공부와 실천의 출발은 밖이다. 책 안에서 책 밖의 현실로, 학교 안에서 학교 밖의 사회 현장으로, 내 안에서 내 밖의 타인과의 인간관계로 공부의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 책 속의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현실 경험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다. 대학의 공부는 내 안의 나를 계발하고 내 밖의 세계를 경험하는 일이다.
대학 교육과 학생의 공부는 현실적인 쓰임새를 외면해선 안 된다. 하지만 유용성의 기준은 늘 변하게 마련이다. 오늘의 무용이 내일의 유용으로 바뀔 수 있다.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실용성 뒤에는 비인간성이 늘 도사리고 있다. 쓸모 있다고 언제나 인간적인 것은 아니다.
봄은 화려한 희망의 빛이다. 그러나 그것은 쉽게 우리 곁으로 오지 않는다. 어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봄은 준비한 사람에게 온다. 그 준비 과정이 만만찮기에 어렵고 더디게 오는 것이다. 봄은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이다. 08학번이여, 이기려면 쏟아야 할 노력과 겪어야 할 고뇌는 모두 여러분의 몫이다.
김성동(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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