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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주노

작성자
이언경
작성일
2008/03/14
조회수
693
[영남일보] 2008/03/14 '임신한 16세 여고생'의 사랑 찾기 한편의 영상리포트로도 손색 없어 10대 미혼모 문제는 미국에서도 난감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슬래셔 무비와 하드코어 록을 즐기는 16세 여고생 주노(엘렌 페이지)의 성경험과 임신을 다룬 영화 '주노'는 자칫 그렇고 그런 청소년 훈육용 도덕교과서로 내몰릴 공리적 나른함을 특유의 화법과 섬세한 심리묘사로 상쇄시킨다. 사탕을 입에 물고 사는 순진한 블리커(마이클 세라)와 거실의자에서 거사를 치른 후, 임신을 하게 된 주노는 '뱃속의 아이도 손톱이 있다'는 말에 차마 낙태는 하지 못하고, 정말 아기를 갖고픈 불임부부에게 입양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벼룩신문을 뒤진 결과, 근사한 집과 출중한 외모, 직업을 가진 바네사(제니퍼 가너)와 마크(제이슨 베이트먼) 부부를 선정하는데….그러나 아기의 초음파 사진과 태동소리를 보고 들으며 출산의 날을 기다리던 주노는 이들 부부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또 다른 혼돈에 직면하게 된다. 이 영화는 '청소년 임신'이라는 이젠 다소 진부한 소재를 통해 이미 여러번 걸러진 사회적 이슈를 도식적으로 재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공격적 소재를 통해 청소년의 때묻지 않은, 그러면서도 감히 성인들이 흉내낼 수 없는 진지하고도 순정한 시선으로 진정한 사랑의 존재방식을 탐구해내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신들의 제왕)의 부인이면서도 전지전능한 제우스의 여성편력에 아픈 속앓이를 거듭해야 했던 '주노'를 주인공의 애펠레이션(appellation:命名)으로 삼은 것도 어린 주노의 아픈 성숙을 알레고리(allegory:寓意)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노가 뱃속의 아이를 마크와 헤어진 바네사에게 주기로 최종 결단하게 된 것은 그녀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에 힘입어서이다. 근엄한 표정의 아빠는 항상 따뜻한 웃음으로 원군이 되어주고, 어린 동생에게만 관심있는 줄 알았던 새엄마는 주노를 대신해 건방진 초음파기사를 나무란다. 또 철부지 소년으로 알았던 아기의 생부 블리커는 진지한 표정으로 주노의 뱃속 태동에 귀를 기울인다. 여기에 시종일관 그녀의 카운슬러가 되어 주는 레아(올리비아 설비)까지 덧보태져 주노의 가슴엔 '사랑으로 되갚아야만 할 인생의 충만한 깊이'로 가득하다. 사랑의 본질과 그 용해과정에 관한 한 편의 영상리포트로 손색없는 영화이다. 윤정헌(경일대 교육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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