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일보] 윤정헌의 시네마라운지
- 작성자
- 장규하
- 작성일
- 2008/01/14
- 조회수
- 685
2008/01/11
어거스트 러쉬
신파적 퇴행으로 뻔한 결말
'서푼짜리 오페라'와 흡사
몇해 전 폭설과 칼바람이 몰아치던 뉴욕 워싱턴 광장에서 맛봤던 동장군(冬將軍)의 위세가 새삼스럽게 낭만적 풍속도로 가슴에 와 닿는다. 워싱턴 광장을 배경으로, 음악가족의 애달픈 이산과 기적적 조우를 그리고 있는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는 잊었던 기억의 파편을 낭만의 실로 꿰게 한다. 매력적인 밴드 싱어이자 기타리스트인 '루이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촉망받는 첼리스트인 '라일라(케리 러셀)'는 우연히 파티에서 만나 첫 눈에 서로에게 빠져들고, 그 날 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하지만 라일라의 아버지에 의해 둘은 헤어지게 되고, 얼마 후 라일라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는 아기를 출산하지만 아버지는 그녀에게 아이를 유산하였다는 거짓말을 한다.
이들 사랑의 결실인 음악신동 '어거스트 러쉬(프레디 하이모어)'는 고아원을 거친 후, 어둠의 거리를 주름잡는 악사 '위저드(로빈 윌리엄스)'에 의해 워싱턴 광장에서 그의 천재성을 사장시키며 부모를 만날 그날을 준비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작곡한 음악을 센트럴파크에서 대중에게 선보이던 날, 운명의 계시처럼 이들 세 사람(라일라, 루이스, 어거스트)은 같은 공간에서 만나게 된다.
금지된 사랑과 출산, 기아(棄兒), 고난, 천재성, 기적적 조우 등 이 영화가 함유하고 있는 주된 모티프(motif;화소)들은 영웅 로맨스(romance)의 현대적 변용에 불과하다. 한편으로는 필연과 우연이 그럴듯한 개연성 속에서 서사의 축을 형성하며 관객의 감성을 자극해야 하는 대중영상예술의 본질에 다가서는 듯하지만, 이는 신파적 퇴행으로 뻔한 결말을 향해 질주하는 '서푼짜리 오페라'에 다름 아닌 것이다. 세계인이 동경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모던한 도시 '뉴욕', 그 중에서도 가장 낭만적이고 동화적인 워싱턴 광장과 센트럴파크를 배경으로 가장 비인과적인 플롯의 외피를 입혀 기상천외한 결말로 마무리하는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과연 무엇을 읽었을까?
"내가 음악을 연주하면 부모님이 들을 거예요"라는 소년 어거스트의 소망어린 독백이 영상예술의 감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인트인지, 혹은 주제적 메시지의 작위적 표출인지 모호했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표정도 덩달아 모호해 보였다.
윤정헌(경일대 교육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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