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일보] 라 비앙 로즈 [윤정헌의 시네마라운지]
- 작성자
- 장규하
- 작성일
- 2007/11/30
- 조회수
- 642
2007/11/30
에디트 피아프의 굴곡진 삶 그려
전기 영화의 새로운 전범도 갖춰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 샹숑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삶을 다룬 라 비앙 로즈(La Vie en rose). 이 영화에는 화려한 무대 뒤에서 고독하게 스러져 간 '만인의 연인'을 바라보는 '올리비에 다한' 감독의 애절한 흐느낌이 샘물처럼 넘쳐 흐른다. 베를린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한 '라 비앙 로즈; 피아프의 히트곡 <장밋빛 인생>의 불어 원제'는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매춘부와 광대들 틈에서 노래 부르며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파리 빈민촌의 길거리 가수로 시작해 50년대 프랑스 최고의 가수로 생을 마감한 피아프의 드라마틱한 삶이 신기루처럼 용해되어 있다.
2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그녀를 스쳐간 수많은 사랑과 실패, 잇단 자동차 사고, 술과 마약에 의지한 말년 등 에디트 피아프(마리옹 코티아르)의 인생은 그녀의 어떤 노래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영화는 그녀의 인생 중, 데뷔하기 전까지의 낙척(落拓) 시절과 프로 복싱 미들급 세계 챔피언 마르셀 세르당(장 피에르 마틴)과의 비극적 로맨스(비행기 사고로 세르당이 숨짐)에 초점을 맞춘다.
그간 피아프의 전기 관련 서사물들은 대가수가 되기 전, 그녀의 시련 그리고 이브 몽탕을 비롯한 연예계 및 사교계 인사들과의 로맨스에 관련된 굴곡진 사생활을 다룬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영화처럼 마르셀 세르당과의 진실한 사랑에 본격적으로 포커스를 맞춘 것은 퍽 이례적이다.
그 동안 이들의 로맨스는 프랑스의 국민 여가수와 프랑스인으로서는 드물게 중량급 세계 왕좌를 차지한 복서 사이의 연애라는 상징성 때문에 오히려 그 진정성이 희석되어 왔다. 그러나 대중 앞에서는 화려하고 떠들썩했지만 돌아서면 언제나 고독했던 피아프가 진정으로 사랑했고, 그런 그녀를 뼛속까지 아꼈던 로맨틱 복서 세르당의 존재를 재해석함으로써 영화는 전기영화로서의 새로운 전범을 갖추게 된다.
<라비앙 로즈>(La Vie En Rose)에서 <사랑의 찬가>(l'Hymne l'Amour)·<파담 파담>(Padam Padam)·<후회하지 않아>(Non Je Ne Regrette Rien) 등 전편에 흐르는 피아프의 히트곡을 음미하는 즐거움과 피아프의 청춘과 말년을 육신에 담으려 혼신을 다한, 코티아르의 열연에서 받은 감동이 이따금씩 지루해지는 스토리의 단조로움을 상쇄시킬 수 있어 퍽 다행이었다.
윤정헌(경일대 교육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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