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일보]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 작성자
- 장규하
- 작성일
- 2007/08/17
- 조회수
- 667
2007/08/17
에반 올마이티
블록버스터급 코미디물 불구
뻔한 주제의식은 치명적 약점
할리우드 코미디의 지존 톰 새디악 감독이 연출한 '에반 올마이티'는 성경의 창세기 6장 14절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를 현대적으로 변용시킨 가족 코미디물이다. 여름방학 시즌에 안성맞춤인 이 영화는 짐 캐리 주연의 원톱 스크류볼 코미디 '브루스 올마이티'의 연장선 위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이 올마이티(almighty:전지전능)의 권능을 부여받고 흑인으로 설정된 '신(모건 프리먼)'이 이를 제어한다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타이틀 롤이 짐 캐리에서 스티브 카렐로 바뀌면서 애드리브식 기능보다는 환경친화적 교훈성이 배가 되었다.
새 집, 새 자동차, 사랑스러운 가족에 국회의원 선거 당선까지 막힘없이 술술 일이 풀리던 에반(스티브 카렐). 기분 좋을 때마다 추는 센스 제로의 댄스 실력과 살짝 소심한 것 빼고는 아무 문제 없던 그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매일 맞춰놓지도 않은 오전 6시14분에 알람이 울리고 주문하지도 않은 목재와 망치, 못과 같은 공구가 배달되는 것. 실수려니 하고 넘어간 그 앞에 신이 나타나 도시 한복판에 거대한 방주를 세우라는 미션을 내린다. 망치질 한번 해본 적 없는 에반은 코웃음 치며 이를 무시하는데….
황당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스티브 카렐의 슬랩스틱 이외에 이 영화에서 주목되는 건 뭐니뭐니해도 코미디 영화로선 보기 드문 1억7천만달러짜리의 블록 버스터급 스케일이다. 4년간의 제작기간 중 미션에 맞추기 위해 길이 84m, 높이 18m의 방주가 제작되었고 177종 이상의 동물연기자를 훈련시켜야 했으며 실제 촬영에 동원할 수 없는 300여 마리의 동물과 대홍수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CG작업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블록버스터급 제작규모가 반드시 흥행과 감동에 비례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전작에 비해 공익적 메시지가 강화됨에 따라 권선징악의 동화적 결말을 초래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다양한 복선으로 플롯을 심층적으로 엮어나가지 못하고 직접적이며 상투적인 몸짓으로 뻔한 주제의식을 노출시키고 있음은 치명적 약점으로 보인다.
영화에 사용되었던 각종 구조물을 재활용토록 '사랑의 집짓기 운동 연합회'에 기부하고 시나리오를 양면 인쇄하는 등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 제작과정이 '표리동일(表裏同一)'함은 꽤 인상적이다.
윤정현 경일대 교육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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