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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대구신문] 현택수의 건축미학

작성자
장규하
작성일
2007/06/19
조회수
732
2007/06/18 한데 어울림의 미학 기본 넘어선 멋.해학 건축물은 단순히 쓰임새라는 하드웨어적인 기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벽돌 하나 기둥 하나에도 나름의 철학적 해석이 담겨 있다. 그래서 잘지어진 건축물은 도시, 나아가 나라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같은 건축물은 지역의 문화인프라가 돼 관광산업까지 연결되기도 한다.그만큼 건축물은 미적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철학까지 담고 있는 등 복잡하면서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지역 건축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우리 시대 건축물을 고찰해봤다. <편집자주> 1.미래의 문화재 오늘에 짓다 경주를 `천년고도’라 한다. 찬연한 신라문화가 숨 쉬는 경주는 늘 자랑스러운 역사도시다. 한편 그만큼 오늘은 없고 과거만 있다는 역설을 부정하기도 힘들다. 안타까운 오늘인 것이다. 그런데 `미래의 과거’인 오늘에, `신라가 아닌 현대의 경주’를 가치롭게 하는 건축이 태어나기에 알리고자 한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의 두 건축물이다. 유리상자 모양인데 하나는 수직적이요 다른 하나는 수평적이다. `경주타워’와 `천마궁’이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됐지만 보는 관점에 따른 오류가 자칫 건축의 본연을 폄훼할 우려가 있어 내면을 성찰하는 감상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경주타워, 유리박스 속 황룡사9층탑 관통 5대양6대주 상징...세계 문화의 집산 이뤄 천마궁 정면벽엔 신라역사 바코드로 새겨져 ▲경주타워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의 상징 건축물이다. 그 기능은 전망탑. 상징이란 존재의 표출이며 건축하는 의의이다. 그리고 기능이란 존재하는 이유이며 건축하는 목적이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상징건축물 '경주타워'. 경주타워가 뜻하는 바는 세계문화의 교류와 발전임과 동시에, 우리 문화 특히 신라문화의 드러냄과 알림이다. 동양문물의 서양 전파가 `비단길(silk road)`을 이뤘다면, 그 반대 영향은 `유리길(glass road)’을 이뤘다고도 한다. 상징타워는 유리박스로 출발한다. 문화의 세계화는 획일적 집약화가 아니라, 독특성의 스펙트럼화일 것이다. 각양각색의 문화적 스펙트럼은 다양한 켜(layer)을 형성하게 된다. 청소년들이 티셔츠를 겹겹이 입는 패션 감각은 일상에 스며든 켜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경주타워에서는 다양한 세계문화의 특징들을 유리박스의 수직적 분절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6개의 수직 켜가 그것이다. 그리고 6개의 기둥으로 형성된 켜는 그 사이에 5개의 칸을 이루어 이를 스펙트럼으로 만든다. 바로 5대양 6대주의 상징이 된다. 세계문화의 집산이며, 한데 어울림이다. 우리의 것, 신라의 문화는 황룡사 9층탑이 실마리이다. 물론, 6개의 켜는 신라의 6부촌을 상징하는 중의법으로도 읽힌다. 탁월한 신라문화의 표상인 황룡사 9층 목탑, 과연 무엇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결코 복원은 아닐 것이다. 현대적 그리고 멋진 번안이어야 하겠다. 9층탑을 그대로 실체화 하는 일은, 지척에 황룡사 터가 현존하는 한, 사이비의, 아류의, 짝퉁의 작업으로 전락할 따름이다. 경주타워는 유리박스 속으로 황룡사 9층 목탑을 관통시켰다. 허공으로 9층탑의 이미지를 구현한 것이다. `세우지 않되 만드는’ 건축의 위대함을 본다. 실체의 허상화로 실체성을 극명화한 감동이 있다. 허허실실의 형이상학적 설계기법으로 상호치환성을 달성하고 있다. 이는 또한 배경이 요소가 되고 요소가 배경이 되는 서양의 게슈탈트(Gestalt) 형태학의 전형을 구축, 설계 개념 설정에서부터 이미 동서양을 아우르고 있기에, 건축으로 뿐 아니라 문화적 랜드마크로 유효성을 지닌다. ▲천마궁 문화엑스포의 복합문화관이다. 문화행사장으로서 본관에 해당한다. 쓰임새가 다목적인 경우는 하나의 큰 품새여야 한다. 보는 것 만으로의 눈이 둘이요, 듣는 것 만으로의 귀도 둘이지만, 말하고 먹고 숨 쉬고 맛보는 입은 하나이다. 활용을 중시하는 개념이다. 전통 주택에서의 안방의 역할이다. 안방은 침실, 거실, 식당, 가족실, 가사실까지도 겸한다. 다용도 기능 수행을 위해서는 공간의 양적 확보가 필연이다. 그러나 그저 비워진 공간이 아니라 융통적 다변화를 위한 내밀한 장치가 긴요하다. 천마궁의 내부공간은 커다란 길거리 공간과도 같다. 외부화 된 내부공간으로서 행위와 활동을 품고자 채비하고 있으며, 외부를 내부로 인입하고 내부를 외부로 확장시키려고 한다. 경계를 흩트리는 모호성과 함께 소통하는 관입성을 추구하고 있다. 유리 벽면이 주요하게 역할 한다. 유리는 첨단기술로 제련된 금속재료와 함께 매끈하고 깔끔한 물성으로 현대성을 대변하고 있으며, 투명도에 의한 투시성 때문에 각광받고 있다. 벽은 벽이지만 벽이 아닌 것이 유리벽이다. 시각적으로 벽을 허물고 공간을 뚫어 내부적 외부, 외부적 내부를 만든다. 경주타워와 천마궁. 천마궁 정면 유리 벽면에는 다빈치코드 같은 기밀이 숨어 있다. 신라의 역사가 바코드로 새겨져 있는 것이다. 신라왕조 992년을 56왕조 재위 기간에 따라 입면을 패턴화 하여 번안하는 고차원의 상징수법을 보인다. 공연장은 신라의 개국설화를 담고 있다. 알에서 깨어난 신라문화를 직유하고 있으며, 세계문화의 생성과 발전을 은유하고 있다. 확실히 공연장 무대부분은 그 규모에 있어서 다양한 공연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 육면체에 더해진 돔형은 세계문화의 경연장으로서의 조형적 의미를 부여하며, 은회색 알루미늄에 더해진 5륜색은 문화올림픽으로서의 세계성을 기린다. 기능과 상징, 공간과 조형 그리고 개념과 실체의 합치야 말로 천마궁이 경주문화엑스포의 주역이 되는 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의 두 작품에서 희열을 느낀다. 두 건축물의 조화로움에서다. 동일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는 대비적 균형감이다. 필 하모니는 `하모니에의 사랑’이 아닌가. 그러나 볼거리 때문에 줄거리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실패한 블록버스터에서 보는 비애이다. 건축에서 쓰임새는 기본 책무이다. 기본에 머물지 말라고 함은 기본을 넘어선 멋과 해학을 챙기라는 뜻이다. 경주타워는 전망탑이다. 경치를 구경해야 하는 곳인데 눈높이에 시선을 가리는 가로선이 지나간다. 아직 준공 전이므로 바로 잡아야겠다. 고치는 비용은 부분적 허비가 아니라 전체적 낭비를 피하는 일이다. 코소보 사태 때의 일이다. 나토(NATO) 연합군이 밀로셰비치 궁에 대한 폭격을 논의했는데 부결됐다. 램블란트의 그림 때문이다. 대통령 관저의 메인 로비에 `빛의 화가’의 보배로운 작품이 걸린 까닭에 폭파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명작의 그림 한 점이 건축을 구하고 생명을 살린 것이다. 같은 논리로 위대한 건축은 도시를 살리고 문화 도시는 나라를 빛낸다. 경주는 세계 문화유산을 간직한 도시이다. 그러나 마냥 역사성의 향수에만 젖어 있을 수는 없다. 신라 천년, 또 그 이후 천년의 세월을 보내고, 말만큼이나 부흥의 기회를 맞은 현재, 미래의 문화재를 오늘에 짓고 보듬어 가야 하겠다. -글. 현택수(한국건축가협회 대구지회 수석부회장. 경일대 건축학부 교수) ▲고려대학교 및 동대학원 건축공학과를 졸업(공학박사학위 취득) ▲한국건축가협회 대구지회 건축작가상(1989, 1994, 2001) ▲동구문화체육회관 현상설계(1997)▲계명대 대극장 현상설계(2003)▲대구대 중앙도서관 자유열람실 현상설계(2004)▲ 경주세무서 청사 현상설계(2005)▲ 대한건축학회 작품상 수상(2006)▲대구시 건축위원(2003, 2004)▲경주세계문화엑스포 상징건축물 설계 자문위원(2004) ▲대구시 건설기술심의위원(2005)▲경북도 건설기술심의위원(2006)▲한국건축가협회 대구지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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