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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영남일보] 내일의 기억 [윤정헌의 시네마라운지]

작성자
장규하
작성일
2007/05/11
조회수
486
2007/05/11 가슴 파고드는 삭제와 단절의 고통 라스트 사무라이, 게이샤의 추억 등 왜색을 내세운 할리우드 영화로 영화팬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던 와타나베 켄이 봄의 은막 속에서 관객에게 손짓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소재로 한 일본영화 '내일의 기억'은 일본 최고의 대중소설에 수여되는 '아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한 '오가와라 히로시'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제 50줄에 들어선, 잘 나가는 광고사 간부 사에키(와타나베 켄)가 알츠하이머로 퇴락해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는 이 영화에선 무엇보다 타이틀 롤을 맡은 와타나베 켄의 연기변신이 돋보인다. 이전 작품에서의 선 굵은 연기 대신 평범한 중년 가장의 일상을 통절히 재현한 이면엔 그 자신이 백혈병 판정으로 삭제와 단절의 고통을 뼈저리게 체험한 인생수업료(?)가 톡톡히 한 몫하고 있다. 이 영화가 알츠하이머를 소재로 한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 등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관객의 주목을 끄는 건 바로 극히 절제된 영상미학에 힘입어서이다. 특히 늘 가던 미팅장소를 못 찾아 군중 속의 단절과 혼란을 겪어야 하는 장면, 황혼의 신록을 부인 에미코(히쿠치 가나코)와 함께 걸어가는 엔딩 장면, 딸의 결혼식에서 울음 섞인 인사말을 삼키는 장면, 사에키가 요양소에서 초점 잃은 눈으로 산림을 내다보던 장면 등은 부인 에미코 역을 맡아 슬픔을 가슴에 묻은 채 남편의 재활에 헌신하는 순종적 일본여인상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연기한 히쿠치 가나코의 열연과 함께 영화의 압권에 해당한다. 젊은 시절 도예공방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행복한 신혼기를 거쳐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중년의 믿음직한 남편이 하루아침에 유아 수준으로 전락함을 태연한 척 지켜봐야 하는 아내의 애끓는 심정이 화면 밑에서 용틀임하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의 상실'이란 알츠하이머의 본질이 점차 예각적으로 사에키를 압박해 올수록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주인공의 깊은 좌절감은 상영시간 내내 손수건을 눈물범벅의 얼굴에서 떼지 않던 옆자리 젊은 여성관객의 흐느낌과 묘한 앙상블을 이루며 필자의 가슴을 압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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