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일보] [대학가 명물 .6] 윤정헌 경일대 교수
- 작성자
- 장규하
- 작성일
- 2007/03/26
- 조회수
- 656
2007/03/26
평생 '떠남' 에 홀린 삶 "입영열차도 신났어요"
한 해 15개국 등 70여개국 누빈 여행狂
작년 '갈 곳은 많고…' 여행기 2권 출간
"낯선 곳 여행하면서 자아·진실 찾는다"
"수년 전 200만원도 채 안되는 돈으로 7명이서 4박5일 동안 일본 오사카 일대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물론, 여행 내내 햇반과 컵라면으로 대부분 식사를 때웠습니다."
이 여행을 기획하고 가이드 역할까지 한 사람은 '엉뚱하게'도 여행사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대학 교수다. '갈 곳은 많고 돈은 없다'라는 제목의 여행기 두 권도 펴냈다. 이제 막 50줄에 접어드는 나이에 아프리카 대륙을 제외한 세계 70여개국을 여행했다. 그렇다고 전공이 관광과 관련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지난 21일 '가장 싼 값'으로 세계 곳곳을 누벼온 윤정헌 경일대 교수(50·교육문화콘텐츠학과 학과장)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서랍장에 빼곡히 꽂힌 전공서적 사이사이와 책상 위에 여행 관련 책들이 눈에 띄었다. 값싼 여행 상품이 있으면 금방이라도 다시 길을 떠날 차림이었다. 윤 교수가 '여행광에 가까운 여행가'가 될 수 있었던 토양은 어린 시절에 만들어졌다. 시골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 덕분에 어린 시절을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보냈고, 버스에서 나오는 향긋한(?) 기름 냄새가 그렇게 좋았다. 대구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를 마치면 곧장 고속버스정류장(현 경북광유 자리)으로 달려가 고속버스를 타고 떠나는 '아리따운 안내양'과 여행객들을 훔쳐보곤 했다.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훗날 군 입대를 위해 진주역에서 논산훈련소로 가는 입영열차를 타는 것조차도 가슴이 설렐 정도로 언젠가 넓은 세상으로 마음껏 떠나보고 싶은 열망을 품고 살았다.
2000년 안식년을 맞아 1년간 가족과 호주에 머물면서 호주 국내 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비용이 엄청 비쌌다. 경비를 아끼려고 비행기 대신 기차를 많이 이용했지만 그래도 여행비는 만만찮았다. 그전까지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나섰지만, 점차 여행 경비 때문에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일이 잦아졌다. 그 당시 국내 여행사 패키지 여행의 비용이 아주 싸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귀국하면 패키지를 이용해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귀국 후 곧바로 실행에 옮겼고, 그때부터 틈만 나면 해외로 해외로 여행길에 올랐다. 물론 거의 모든 여행은 비수기때 여행사에서 내놓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다. 값싼 패키지 여행상품이 나오면 무조건 떠났다. 한해 동안 12회에 걸쳐 45일 동안 15개국을누비기도 했다.
자연스레 가족, 특히 아내로부터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윤 교수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 잦자 아내는 처음에는 회유했고, 나중에는 증오하더니, 지금은 아예 포기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늘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산다"며 멋쩍게 웃었다. 초창기에는 여행을 떠나기 1~2주일 전쯤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다. 요즘은 4박5일 정도의 단거리 여행은 1~2일 전쯤 하거나 아예 공항에서 전화로 알리고 여행을 갔다 온다. 어차피 떠나는 여행길인 만큼 아내로부터 잔소리 듣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가끔은 여행 출발 1~2시간 전에 여행 가방을 챙겨 방이나 거실에 내놓는 것으로 여행 사실을 알리기도 한다. 간혹 몰래 해외여행을 갔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 그나마 지난해 '갈 곳은 많고 돈은 없다'라는 여행기를 펴낸 후 가족들이 조금은 이해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귀띔했다.
가장 싼 값에 해외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자신이 자주 이용하고 있는 비수기때 여행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패키지 여행 상품을 권했다. 자칫 여행사 상술에 말리면 배(여행)보다 배꼽(쇼핑센터 안내, 옵션 강요 등)이 클 수도 있지만, 여행사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곧 교육문화콘텐츠학과 신입생 30여명과 함께 4박5일 일정으로 부산에서 배편으로 일본 오사카, 나라, 교토 일대 여행을 떠난다. 비용은 1인당 25만원선으로, 학과에서 모두 부담한다. 일반인이 똑같은 여행을 하려면 최소한 40만원은 든다.
윤 교수는 "낯선 곳을 여행하다 보면 자아를 객관적으로 되돌아 볼 수 있고, 책에서 배운 추상적 진실을 다리품을 통해 실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며 여행의 의미를 부여하고 "여건이 되면 아프리카 대륙과 남극을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평양 출생으로 호주에서 영어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적 소설가인 돈오 김을 '돈오 김 소설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남북통일을 소재로 한 돈오 김의 영어소설 '태극'에 대한 논문을 쓰고, 돈오 김 형제들과 평양 방문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대구지역 남성중창단 '얘노을 남성합창단'에서 베이스로 활동하고 있고, 영남일보에 영화 칼럼도 게재하고 있는 등 문학·여행·음악·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끼를 발산하고 있다.
김기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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