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매일신문 - 정상정복 '아름다운 동행'
- 작성자
- 강열석
- 작성일
- 2005/11/01
- 조회수
- 897
정상 정복 '아름다운 동행'
[매일신문 2005-10-31 12:12]
"이렇게 산을 오르면 건강해지겠죠?” 김성복(26) 씨는 비슬산 가을 단풍구경에 신이 났다.
정신지체 장애를 갖고 있는 탓에 의사표현이 명확하지 않지만 연방 주위를 둘러보면서 '신난다' '시원하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김씨는 '일행'이 많아 더 좋은 듯했다.
자원 봉사자로 나선 성기환(55)·김복례(51) 부부가 이날 김씨의 '짝꿍'으로 손발이 돼 주었기 때문.
성씨는 “지난해 이맘때 팔공산 가산산성을 올랐을 때보단 성복 씨가 더 점잖아진 것 같다”며 "몸이 불편한 친구들이 지난해보다 산을 잘 오르는 것을 보니 점점 건강해지는 것 같아 우리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알록 달록 단풍이 든 비슬산엔 천주교 대구대교구 성요셉 재활원(고령군 성산면) 장애인 33명과 많은 도우미들이 정상 산행에 함께 도전했다.
도우미는 경일대 산악회(회장 이은혁) 회원들을 비롯, 육군 제2군사령부 군악대원과, 소식을 듣고 참여의사를 밝힌 일반 자원봉사자 120여 명으로 꾸려져 있었다.
특히 2군 군악대원은 처음으로 민간인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나서 더욱 이날 행사를 뜻 깊게 했다.
3년째 열린 행사였지만 '쉬운 길'이 아니었다.
휠체어를 탄 이들도 많아 한걸음 옮기기가 천근만근이었다.
일반인들이 1시간 30분 만에 오르는 길이었지만 이날 산행은 4시간이나 걸렸다.
산 정상에서 모두 만세를 불렀고 군악대는 흥겨운 행진곡으로 정상 정복을 축하했다.
즉석 산상 음악회를 겸한 셈으로 가을 산행에 나섰던 등산객들은 민·군 합동의 '아름다운 동행'에 박수를 보냈다.
지금까지 줄곧 자원 봉사자로 나선 경북도청 공무원인 박대희 씨와 대구의 산악인인 차진철 씨는 "군악대가 처음으로 자원봉사자로 나서겠다며 동참, 더욱 아름다운 가을산행을 만들어 내게 됐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성요셉재활원 원장인 김정렬 신부는 “재활원 가족 대부분이 중증장애에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어 한꺼번에 외출을 나가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며 “장애인들을 내 가족처럼 돌봐준 자원봉사자들을 보면서 산공기가 더 시원한 것을 느꼈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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