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 윤정헌교수의 '시네마 라운지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9/16
- 조회수
- 908
영남일보 2005 09 15
[시네마 라운지] Guess Who
흑백 설정 뒤바뀐 '초대받지 않은 손님'
원작의 진지함 코미디로 변형
판에 박힌 뻔한 스토리가 한계
보수적 흑인 집안에 어느날 불쑥 찾아온 첫째 딸 테레사(조 살다나)의 남자친구는 다름 아닌 보기만 해도 부실해 보이는 희멀건 백인이다. 열받아 눈에 뵈는 게 없어진 아버지 퍼시(버니 맥)는 가문의 순수한 혈통을 위해 작전명 '그 녀석 쫓아내기!'에 착수한다. 아버지의 집요한 딸 사수작전에 도전장을 낸 그 녀석 사이먼(애쉬튼 커처) 역시 만만찮은 상대! 존스 집안 귀신이 되어 뼈를 묻을 각오로 '무데뽀' 거짓말을 일삼으며 예비장인을 상대로 흥미진진한 해프닝을 펼친다.
눈에 흙이 들어가도 딸이 정상적인(?) 남자를 만나기를 바라는 퍼시와, 죽어도 테레사를 포기할 수 없는 사이먼의 기죽지 않는 신경전이 계속 되면서 이들의 관계는 어느덧 알 수 없는 정으로 끈끈해진다. 그러나 테레사와 사이먼의 이별 조짐! 과연 퍼시의 소원대로 사이먼은 존스 집안에서 영원히 쫓겨나는 것일까?
제목부터 심상찮은 '게스 후'는 뉴욕파 영화의 고전 '초대받지 않은 손님(1967)'에서의 흑과 백 설정을 뒤바꾸고 '미트 페어런츠(2000)'에서의 장인과 사위 대결구도에 덧칠을 한 새로운 방식의 로맨틱 코미디이다.
고이 기른 외동딸이 결혼 상대자라며 데려온 엘리트 남성이 흑인이란 사실에 경악하는 백인 중산층 가정의 충격과 그 수습의 과정을 흑백차별이 상존했던 60년대의 시대상 속에서 의미깊게 통찰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스펜서 트레이시, 캐서린 헵번, 시드니 포이티어 등 당대 명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할리우드가 감추려 했던 미국사회의 금기와 치부를 드러낸 문제작이었다는 점에서 올드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
그러나 '게스 후'에선 이같은 설정이 180도 뒤바뀌어 흑인 가정에 홀로 선 백인 청년의 고투를 다룬다. 이른바 백인이 흑인에게 역차별을 받는다는 유쾌하고 기발한 발상은 원작의 지명도를 바탕으로 역설적 감동을 추구하는 패러디(Parody·풍자적 모방)의 기본에 지극히 충실한 설정이다. 따라서 60년대에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시사적 의미는 그만큼 반감되는 대신 원작의 뒤틀림에서 오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얻게 된다.
그러나 원작에서의 무거운 분위기를 상쇄시키기 위해 흑인 장인과 백인 예비사위의 대결구도를 희극적 에피소드 속에서 버무리다 보니 '별 볼 일 없는 예비사위에 대한 장인의 심통'에 초점이 맞춰졌던 미트 페어런츠의 아류격이 되고 만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흑백 버디(Buddy·짝꿍)'의 탄생을 예감하게 하는 버니 맥과 애쉬튼 커처의 찰떡궁합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건진 셈이니 너무 인색할 필요는 없겠다.
윤정헌(경일대 미디어문학부 교수) sijeongjun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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