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 '책속 그 한마디' 신재기 교수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9/12
- 조회수
- 836
영남일보 2005 09 10
[책속 그 한 마디] "농부나 넝마주이를…"
신재기(문학평론가·경일대교수)
"농부나 넝마주이를 그리는 것보다 더 단순한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사실 회화에서는 일상적인 인물만큼 그리기 힘든 소재도 없다."('반 고흐, 영혼의 편지' 중에서)
19세기 말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죽는 날까지 동생 테오에게 수많은 편지를 썼다. 테오는 그의 창작활동의 경제적 후원자였다. 테오의 지원이 있었기에 화가 고흐의 위대한 예술 세계가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일상적인 사연을 담은 편지라기보다는 그의 예술론이었다.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창작 활동의 의미를 정립하고, 자신의 예술 세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그 편지는 자신에게 보내는 자기 다짐의 메시지이기도하고, 끊임없는 예술적 사유를 통해 미술이 무엇인가를 자문했던 자의식의 현장이기도 했다. 위대한 예술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예술가의 고뇌에 찬 자의식이 요구됨을 잘 말해 주는 대목이다.
고흐가 다루었던 소재나 주제는 다양하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이념에 의해 조작된 인물보다는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소외된 인물에 많은 애정을 쏟았다는 점이다. 농촌, 광산의 노동자들을 화폭에 자주 담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가 육체적인 노동으로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서 삶의 건강성과 소중함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편지 모음집을 읽노라면 고흐는 '광기의 천재 화가'라기보다는 삶의 현실성에 밀착된 예술가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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