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 윤정헌교수의 '시네마 라운지'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9/07
- 조회수
- 865
영남일보 2005 09 01
[시네마라운지] 카리브해서 벌어지는 도둑들의 로맨틱 어드벤처
액션·유머 절묘한 배합, 산만한 스토리가 약점
화려한 콤비플레이, 최첨단 장비 사용, 기막힌 타이밍으로 언제나 단 하나의 증거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전설의 커플 맥스(피어스 브로스넌)와 롤라(셀마 헤이엑). 나폴레옹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다이아몬드 탈취에 성공한 이들은 은퇴를 결심하고 지상최대의 휴양지 캐러비안에서 천국의 나날을 보낸다.
최고급 바닷가재조차 물리기 시작할 무렵, 이들 앞에는 그들의 은퇴를 위장이라 믿는 FBI요원 스탠(우디 해럴슨)이 찾아와 캐러비안에 정박할 크루즈에 맥스와 롤라가 손에 넣지 못한 나폴레옹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다이아몬드가 전시될 것이라고 얘기하며 덫을 놓는다. 더 이상의 게임을 원치 않는 롤라, 단조로운 섬 생활에 싫증내던 맥스, 7년간 그들을 쫓아 캐러비안에 찾아든 스탠! 그리고 맥스에게 자신을 대신해 보석을 훔칠 것을 종용하는 갱스터 헨리(돈 치들)까지…. 최후의 승리를 향한 프로들의 마지막 베팅이 시작된다.
동서양의 형사 파트너가 펼치는 버디무비, 러시아워 시리즈로 스타덤에 올랐던 브렛 래트너 감독이 이번엔 절세의 남녀 도둑커플을 앞세워 액션과 유머에 로맨스를 버무린 '비빔밥'식 어드벤처 무비로 가을 극장가 공략에 나섰다. 남녀도둑의 로맨스모험담을 그린 손 코네리, 캐서린 제타존스 주연의 '엔트랩먼트'와 화려한 도둑군단의 임무완수를 다룬 '오션스일레븐'의 복합판을 연상시키는 영화는 카리브해의 절경에 어우러진 셀마 헤이엑의 관능미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007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는 피어스 브로스넌의 원숙한 연기와 FBI수사관으로 분한 우디 해럴슨의 묘한 표정도 눈길을 끌기에 족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려 한 감독의 지나친 욕심 탓인지 플롯을 주도하는 핵심적 얼개가 보이지 않는다. 다이아몬드를 절취하려는 도둑연인의 모험담에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고, 그 주변적 에피소드와 부수적 설정에 치중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산만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는 평론가들의 입방아가 터무니 없는 억지 평은 아니라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뇌리에 맴돌았다. 도둑과 수사관의 쫓고 쫓기는 도식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인간과 인간으로서의 교감을 바탕으로 액션과 유머를 절묘히 뒤섞어 반전의 묘미를 더하려는 감독의 연출의도가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영화의 무게를 앗아가 버려 뭔가 허전한 '앙꼬 없는 찐빵'이 된 것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윤정헌 (경일대 미디어문학부 교수) sijeongjun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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