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 윤정헌교수의 '시네마 라운지'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8/24
- 조회수
- 902
영남일보 2005 08 18
[시네마라운지] '웰컴 투 동막골'
사랑으로 리모델링한 6·25공간, 만화적 영상의 느슨함이 흠
1950년 11월,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그 때.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함백산 절벽들 속에 자리 잡은 마을, 동막골. 이곳에 추락한 P-47D 미 전투기 안에는 연합군 병사 스미스(스티브 태슐러)가 있었다.
동막골에 살고 있는 여일(강혜정)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소식을 전달하러 가던 중 인민군 리수화(정재영) 일행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동막골로 데리고 온다. 바로 그 때, 자군 병력에서 이탈해 길을 잃은 국군 표현철(신하균)과 문상상(서재경) 일행이 역시 동막골 촌장의 집까지 찾아 오게 되면서 국군, 인민군, 연합군이 동막골에 모이게 되고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된다.
전국 464개 개봉관 확보에 유료 시사회로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웰컴 투 동막골'은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세 부류의 인간군(人間群:국군, 인민군, 유엔군)이 마침내 '동막골 사람'이라는 단일한 개체로 어울리는 과정을 비장하게 그린 휴먼 코미디이다. 상부 지시로 인도교를 폭파한 자책감에 탈영한 국군 소위 표현철, 패잔병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인민군 군관 리수화, 이방인의 외딴 마을에서 단절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미 해군 조종사 스미스, 이들 모두는 전쟁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상처받은 자들이다.
그러나 총을 겨누고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으며 험상궂은 표정으로 위협해도 눈만 껌벅이며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강원도 사투리로 응대하는 동막골 사람들의 순수한 인간미에 감복한 이들이 소속을 초월해 하나가 되어갈 즈음, 스미스를 구하려는 연합군 특공대가 마을에 들이닥친다. 이미 하나가 된 마을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연합군의 무자비한 폭력은 이들 삼색의 이방인들을 격노케 하고, 곧 있을 연합군의 또다른 공습으로부터 동막골을 보호하기 위해 마침내 연합군에 맞서는 기상천외의 남북 연합군을 결성하게 한다.
그간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각축장으로 묘사되었던 한국전쟁의 공간을 기발한 설정으로 리모델링한 이 영화의 신선한 매력은 이미 개봉 첫 주 관객 148만명이란 놀라운 성적표가 잘 말해 주고 있다. 영화가에선 벌써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를 잇는 대박감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신인감독(박광현)과 B급배우들의 소박한 열정이 탄탄한 시나리오에 힘입어 할리우드의 여름 대작들을 거꾸러뜨리는 쾌거를 이룬 셈이다. 그렇지만 동막골 사람들이 때 아닌 한밤의 불꽃놀이(?)를 즐기는 사이, 그들을 대신해 산 위에선 남북연합군이 죽어간다는 비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결말부의 만화적 영상처리는 너무 느슨한 감이 있다. 전쟁의 비장함을 희석시키려 부린 멋이 너무 가벼워서일까.
윤정헌(경일대 미디어문학부 교수)sijeongjunmin@hanmail.net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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