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 '시네마 라운지'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8/12
- 조회수
- 960
영남일보 위클리 포유 2005 08 04
[시네마 라운지] 친절한 금자씨
억지 스토리에 황홀한 복수미학
플래시백 대사 처리 돋보여
에필로그 밋밋함은 치명적
이금자(이영애)는 어린이 유괴사건의 용의자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미모의 금자는 13년 간의 교도소 생활 동안 오직 백 선생(최민식)을 향한 복수를 준비한다. 순진한 여고생 금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여아를 미끼로 그녀를 유괴 살해범이 되게 한 극악무도한 인물. 금자씨는 출소 후, 드디어 영어학원 선생으로 일하고 있는 백 선생을 찾는 데 성공한다. 13년의 복역생활 동안 금자의 친절함에 반해버린 감방 동기들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녀의 복수를 돕는다. 이제 금자씨는 더 이상 친절해질 수 없다.
청순가련형의 이영애가 표독스러운 복수의 화신이 되어 맹하의 계절에 우리를 찾아왔다. 사상 최고의 사전 예매율이 말하듯, 칸영화제 수상 감독과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인기 여배우의 합작품은 장안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족했다.
어여쁜 여인의 섬뜩한 복수극은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어 박찬욱 감독의 복수극 3부작을 완결하는 시사적 의미에 걸맞게 오프닝 쇼트부터 눈길을 끈다. 여인의 길고 가녀린 손가락이 이내 날카로운 가시로 변하는가 싶더니 빨간 장미의 이미지는 진홍색 피가 되어 잔을 채운다. 섬뜩하면서도 환상적인 모두(冒頭)의 이 그래픽은 금자씨의 독특하고 황홀한 복수 방식을 그대로 암시하고 있다.
미세스 스미스가 무색할 액션(특공대식 빌딩 침입)으로 딸의 입양처를 알아내 호주까지 찾아가는 저돌성, 매몰차게 대상물에 바짝 붙여 권총을 쏘아대는 소름끼치는 침착함, 박원모의 부모 앞에서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는 처절함, 피해 유가족을 모아 경찰관 입회 하에 범인 백 선생에게 직접 복수하게 하는 대담함과 치밀성, 그리고 이들의 복수 모의 과정을 범인이 직접 듣도록 현장중계용 스피커를 설치한 잔인함 등 스토리의 줄기 줄기에서 색다른 복수극을 마무리하려는 정성어린 내공을 엿볼 수 있으나 관객들의 반응은 시무룩했다. 왠지 억지스럽다는 것.
청순 이미지의 여인이 치밀한 계획 아래 처절한 복수를 감행한다는 충격적 설정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리얼리티에 심각한 손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백 선생에 대한 보복이 끝난 후, 속죄의 심경을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들도 절실함과 필연성이 부족해 사족의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금자와 교도소 동료들의 인연을 해부한 플래시백 기법의 실험성 및 백 선생의 매장을 지켜보는 금자의 오묘한 표정을 다양한 앵글에서 합성한 영상처리의 절묘함, 그리고 금자의 애련한 심경을 잘 포착한 효과적인 주제음악 등에서 복수미학의 황홀한 멋을 즐길 수 있었음은 큰 위안이다.
윤정헌(경일대 미디어문학부 교수) sijeongjun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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