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한겨례- "와 이리 주름이 많노"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7/12
- 조회수
- 850
한겨례 2005 07 12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학생들 울진군서 1500명 영정사진 찍기 봉사
“와 와 이리 주름이 많노”
“와 이리 주름이 많노, 내가 이리 늙었나.” 11일, 영정사진을 무료로 찍어준다는 면사무소의 말에 부랴부랴 촬영장소에 도착한 김귀녀(81·여·울진읍 온양 2리)씨는 모처럼 찍은 사진 속에 드러난 세월의 무상함을 외면하고 싶어선지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경일대 사진영상학과 학생 12명이 지난 7일부터 5박 6일동안 울진군에서 영정 사진찍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에 참여했다는 정청식(25·3년), 김경식(3년 25세)씨, 팀의 막내로 웃음조의 임무를 수행하는 김애림(2년 21세)씨 등 12명이다.
방송국 영상 촬영 다큐멘터리를 가르치는 석재현(38) 교수와 디지털 카메라 전공 김승욱(45) 교수의 지도 아래 5박6일간 합숙하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학교에서 촬영과 조명설치, 노인들의 표정을 자연스럽게 끌어내기 위한 애교떨기 유머연습도 했다. 백선희(28·2년)씨 등 서울에서 유학 온 학생 3명은 이번 봉사를 위해 귀경도 포기했다.
사진기가 흔한 요즘이지만 봉사지역이 대부분 노인들만 살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탓에 65살 이상을 기준으로 삼아도 신청자가 15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때문에 학생들은 3인 1조가 돼 울진지역 10여개 면사무소의 회의실이나 동 회관을 돌며 매일 300여명씩 할머니,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찍느라 이마에 구슬땀이 마를 여가가 없다.
이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뒤 즉석에서 프린트기로 출력해 그 자리에서 액자에 넣어 선물한다. 한 사람을 찍는데만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여분. 방송국 영상촬영 기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취업 준비생 전효석(26·4년)씨는 “촬영을 위해 아껴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와 양복차림의 할아버지들이 아침 일찍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뵈니 왠지 가슴이 찡했다”며 “혼자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으러 오는 그 마음까지 담고 싶다”고 말했다.
2003년 탈북자를 촬영하다 중국에서 1년여간 투옥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석재현 교수는 “사진을 찍어드리는 봉사활동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함께 추억을 나누러 왔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학생들에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울진/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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