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 윤정헌교수의 '시네마 라운지'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7/08
- 조회수
- 957
영남일보 위크릴 포유 2005 07 07
[시네마라운지]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 사건
스릴러·서스펜스·호러의 극치
전기톱의 잔인한 전율 '오싹', 살인마 설정 당위성은 미흡
1973년 8월18일, 텍사스 트래비스. 자동차 여행을 하며 텍사스 시골길을 달리던 5명의 젊은 남녀. 정신이 나간 듯 걷고 있는 한 여자를 우연히 만난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여자를 태워준 일행은 이윽고 트래비스 카운티라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정표를 본 여자는 격렬하게 울부짖다가 권총을 꺼내 입에 물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긴다. 여자의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마을 안으로 들어간 일행들. 보안관을 만나기 위해 마을 입구의 낡은 주유소에 들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적대적인 주유소 여자의 행동과 음산한 마을 분위기에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낀다.
그들은 주유소 노파가 가르쳐 준 폐허가 된 방앗간에서 보안관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시간이 흘러도 보안관은 나타나지 않고 결국 보안관을 직접 찾아 나선다. 하지만 죽은 듯 적막한 마을에서 이들이 찾은 것은 망가진 자동차들의 무덤과 알 수 없는 뼛조각들, 그리고 기괴한 남자아이와 폐가에 살고 있는 반신불수의 노인뿐. 그리고 어느새 사라져버린 한 명의 친구. 이제 일행은 사라진 한 명을 찾아 마을을 헤매기 시작하는데….
혹서가 몰아치는 미국 남부의 후텁지근함, 곧 좀비들이 들이닥칠 듯한 음산한 저택, 파리가 들끓는 주유소 내 진열장, 하체가 절단된 노인의 쭈그러진 안면과 안경 속에 감춰진 적의의 눈빛, 살인마보다 더 엽기적인 시골 보안관의 행각,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인의 굴절된 애정, 그리고 인육의 가죽을 뒤집어 쓴 전기톱의 살인마.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 사건'은 이처럼 공포영화의 전범적 포장을 두루 걸치고 때 이른 염제에 시달리는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30여년 전, 대구를 공포의 도시로 전국에 각인시켰던 '배자못 토막살인사건'의 유혼을 대하듯 스릴러로 시동을 건 영화는 서스펜스의 도를 더하다 호러의 극치인 슬래시(slash;난도질)로 마무리지어진다. 예정된 사태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스릴러나 서스펜스의 단계를 지나 육체의 반응을 동반한 강렬한 공포를 가져다 주는 호러의 단계에 이르도록, 광신도 어머니에게서 양육된 50년대의 연쇄살인범 '에드 게인'의 실화를 변주한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잔인한 전율의 납량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시작과 끝에 삽입한 '뉴스릴(news-reel)'에도 불구하고 전기톱 살인마가 행하는 인간도륙의 당위성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몇몇 장면 등에선 작위적으로 공포를 양산하려는 의도가 엿보여 왠지 오싹함 속에서도 떨떠름함을 지울 수 없다.
sijeongjunmin@hanmail.net/윤정헌(경일대 미디어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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