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 윤정헌교수의 '시네마 라운지'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6/13
- 조회수
- 945
영남일보 위크릴 포유 2005 06 09
[시네마 라운지] 패시파이어
근육질 사나이의 자기변신 몸부림
액션스타 앞장 세운 가족 코미디
세계 각지를 돌면서 민간인들은 상상도 못할 군사작전을 수행했고 상륙작전은 물론 폭격 임무까지 지휘한 미 해군 특수부대의 최고요원 쉐인 울프(빈 디젤). 얼마 전, 자신의 실수로 암살된 과학자의 자녀들을 보호하라는 미션에 함께 할 팀도 없이 달랑 혼자 투입된다.
말이 좋아 보호일 뿐, 한창 반항기인 큰딸에게 운전 연수 시키기, 감수성 예민한 둘째를 위해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감독하기, 자신을 짝사랑하는 것 같은 8세 꼬마 숙녀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넷째의 사고 뒤치다꺼리, 그리고 젖먹이 막내의 똥기저귀까지 갈아야 하는 완전 베이비시터 신세. 도대체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적들은 언제 물리치란 말인가….
그러나 이 외로운 터프 가이는 일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미션을 수행하고 있음을 곧 깨닫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이 잊고 살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 아이들이 어느새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트리플 X'의 액션 히어로, 빈 디젤이 총 대신 우윳병을 차고 군사작전 대신 육아 보육작전에 투입된다는 설정부터가 관심을 끄는 '패시파이어(The Pacifier)'는 말 그대로 '아이 달래는 만능 해결사'로 둔갑한 특수요원(해군 특전대 네이비실; Navy Seal)의 숨겨진 자아를 해부해 보여주는 영화이다. 군대식 특수훈련과 목숨을 건 작전에 익숙했던 과격한 사나이가 그 본질적 자아를 변형시켜야만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임무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흐뭇한 동질감을 만끽하게 된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유치원에 간 사나이'와 줄리 앤드류스, 크리스토퍼 프라마 주연의 '사운드 오브 뮤직'을 연상시키는 스토리는 할리우드의 고전문법을 완벽히 계승하고 있다. 제각기 개성 투성이의 아이들을 무시무시한 전력의 특수요원이 돌본다는 인물 설정과, 사건전개의 논리에서부터 틀에 박힌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한 억지춘향 격의 '휴머니티 제고'는 실상 식상한 감을 주기에 다분하다. 그러나 근육질 몸매의 액션스타가 자기변신을 위해 애타게 몸부림치는 장면들을 관대하게 보아넘길 수만 있다면 나름대로의 재미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타의 변신' 또한 무죄니까.
/윤정헌(경일대 미디어 문학과 교수) sijeongjun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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