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매일- 화제의 저자, 評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5/18
- 조회수
- 1096
매일신문 2005 05 13
"산천 떠돌다 피곤해진 다리 쉴 곳은 고향집 앞뿐이네"
'문경 희양산 자락에 있는 봉암사 굴뚝을 도화지에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 스케치 여행이 전국의 산천을 돌아 이제 기억 속에 아득한 유년의 고향집 앞에 내려 피곤한 다리를 쉰다.'
매일신문 문화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수필가 구활씨가 5번째 수필집 '고향집 앞에서'(도서출판 눈빛)를 펴냈다. 신문에 연재했던 '구활의 스케치 기행'을 묶어 상재한 '하안거 다음날' 이후 두 해 만에 나온 것이다.
그는 100회에 이르는 절집 기행의 마지막 답사지를 고향집으로 정했다. 태어나 유년을 보냈던 마음의 성소. 고향은 아픈 상처를 치유해주고 모든 갈등을 해소시켜 주는 화해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따금 그렇게 고향집 담장 밖을 바라보며 망연자실 서있곤 한다.
답사를 떠난 것도 고향을 그리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오고, 가진 것 없는 빈마음들도 저물녘이면 주막 어귀로 모여든다'고 한 그는 "산다는 건 외로움을 견디면서 혼자 울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어쩌면 그것은 겨울바람에 맞서는 문풍지의 떨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구활의 수필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하나의 기둥은 여행과 길 떠남의 이미지로 형상화되고 있는 '풍류'이고, 그 밑바탕에는 이렇게 존재의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떠남과 외로움의 원심력 만큼이나 귀향의 정서 또한 강한 구심력으로 작용한다. 외로움이라는 인식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로 변환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 부분을 "내 문학의 모태는 그리운 고향과 가난했던 유년이 등뼈처럼 떠받치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그의 작품에는 일찍 타계한 아버지와 그리움의 모태인 어머니는 물론 문우인 소설가 김원일과 시인 도광의, 고종형 전상열 시인, 중광 스님, 대학 은사 김홍곤 교수, 춘화도를 잘 그렸던 어깨 출신의 박용주 선생, 유년시절의 친구 득남이와 순철이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작가의 그리움과 고향의 시공간이다.
이번 수필집 표제이기도한 '고향집 앞에서'란 작품에서 작가는 머잖아 도시의 빚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맘 먹는다. 봉창으로 스민 달빛이 홑이불을 펴면 이를 고이 덮어 잠을 청하고, 벽에는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을 족자로 걸어 두고 남은 생을 보내리라 다짐한다.
그러나 그의 귀거래사는 단순히 도시 문명의 비인간성과 번잡함을 피해 시골로 낙향하고자 하는 감상적인 귀거래사가 아니다. 존재의 시원을 찾아가는 본원적인 고향 회귀와 다름없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귀향을 꿈꾼다.
문학평론가 신재기(경일대 미디어문학과 교수)씨는 "그의 수필은 막힘이 없고, 재미있다"며 "다양한 경험과 풍부한 어휘력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문학적 상상력이 독자들을 글 속으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고 토를 달았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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