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조선-陣中 합동결혼식에서 사진 맡은 사진영상학과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5/10
- 조회수
- 1331
조선일보 2005 05 10
民·軍 힘모은 陣中 합동결혼
7일 오전 11시 대구시 동구 능성동 육군 제50사단 예하 501여단 연병장. 군악이 울려퍼지자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차려입은 신랑·신부 7쌍이 무개차에 올라 타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이들의 입장과 동시에 군복을 입고 도열해 있던 1000여명의 부대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병사들의 손에는 ‘둘째 셋째 팡팡 낳아 잘 길러라’, ‘너희 사랑 영원히’ 등의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날 예복을 말쑥하게 차려 입고 결혼식을 올린 신랑들은 현역병 문준범(22) 상병과 상근예비역 6명 등 이 부대 소속 병사들. 모두 자녀를 둔 ‘아빠’의 몸이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지각 신랑’들이다.
이번 진중(陣中) 결혼식의 계기는 지난 2월 3일 서구대대 내당 4동 예비군 중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민성(24) 이병의 아들 태영군이 태어나면서부터. 공 이병은 입대를 앞둔 지난해 11월, 5년간 사귀어 온 유지현(여·24)씨와 혼인신고를 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결혼식은 전역 이후로 미뤄둔 상태였다. 이같은 공 이병의 처지를 알고 있던 내당4동 방위협의회 관계자들이 공 이병에게 ‘출산지원금’ 20만원을 전달했다.
이 소식은 곧 예비군 중대장을 거쳐 여단으로 전해졌다. 여단장과 간부 200여명은 공 이병과 비슷한 처지의 사병들에게 결혼식을 선물해 주기로 뜻을 모으고 모금에 나섰다. 부하들의 선행은 곧 사단장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김상기 사단장과 예하부대 간부들이 모금에 동참, 한 달만에 600여만원이 모금됐다.
부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훈훈한 사연은 병영 울타리를 넘어갔다. 경북 경산시 와촌면의 사찰 선본사(禪本寺)에서 결혼식에 쓰일 국수와 떡을 약속했다. 전혜린 웨딩하우스에서 결혼식 의상 및 소품 일체를 제공했고, 경일대 사진영상학부에서 결혼식 사진과 비디오 촬영을 맡았다. 대구시 여성협의회 등에서 이불과 같은 생활용품을 보내왔고, 인터불고호텔은 대상 신혼부부 전원에게 1박 이용권을 협찬했다.
병사들은 일주일간 틈틈이 자유시간을 할애해 결혼식 하객을 위한 의자를 준비하고, 꽃길을 만들고, 무대를 설치했다. 연병장은 아름다운 결혼식장으로 탈바꿈했다. 민·관·군이 총 동원된 가운데 석 달만에 성대한 결혼식이 준비됐다.
이날 결혼식을 올린 이상길(24) 병장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내 모습이 이렇게 예쁜 줄 미처 몰랐다”며 “평생 추억에 남을 멋진 결혼식”이라고 말했다. 진완교(22) 이병은 “부대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기에 칙칙한 환경, 딱딱한 분위기가 떠올라 거부감이 들었는데 부모님과 하객들이 ‘공원같은 부대 조경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입을 모은다”며 기뻐했다. 한명훈(24) 상병의 신부 최미경(21)씨도 “우리 부부의 인생에 행복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남편의 부대가 한없이 고맙다”고 말했다.
부대장 이윤규 대령은 “이번 결혼식이 열악한 여건에 처해있던 병사들에게 긍정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또 지역사회와 함께한 이번 행사가 민·관·군 통합방위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부대원들과 함께 김범일 대구시 정무부시장 등 외부 하객 500여명이 식장을 찾아 이들 부부의 결혼을 축하했다. 또 부대는 7명의 신랑에게 9박 10일의 특별휴가를 제공했다.
(장상진기자)
- 첨부파일
- 첨부파일없음
- 이전글
- 동아-퇴직교원 훈, 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