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 '문화산책' 석성석교수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5/03
- 조회수
- 974
영남일보 2005 04 30
[문화산책] 기술만능주의 교육과 제자
석성석(경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
오랜만에 느끼는 따스한 교정의 꽃향기와 학생들의 생기있는 표정에서 세상은 아름답다는 생각이 문득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그러나 강의실을 들어서는 순간 졸업을 앞둔 제자들의 여린 얼굴 속에서 조금 전 감정을 다시 주워담아야 했다. 결코 현실은 그렇게 따뜻하지도 감성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현실은 우리들에게 그런 정신적 여유를 제공하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교육의 현장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몇 가지 생각이 있다.
요즘 졸업 후 전문분야에서 곧바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실무 중심 교육에 대한 얘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오늘날 대학교육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갈수록 그 비중이 높아가는 실용주의 학문은 이제 교육현장의 일상적 모습이 되었다. 첨단영상교육의 많은 부분이 이러한 실용주의 학문에 기반해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인을 배출하는 교육방향에 대해 어느 누구도 반대하진 않을 것이다. 이는 현시대 대학이 맡아야할 중요한 사회적 역할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문득 탈무드에 나오는 얘기가 생각난다.
"아이에게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라."
참으로 공감이 가는 얘기다. 고기를 주면 한 끼의 식사가 되지만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의 식사가 되지 않는가! 그런데 가끔 우리의 교육현장에선 학생들에게 고기를 주는 듯하다.
제자들과의 학교생활에서 늘 고민되는 것 중에 하나가 이 부분이다. 영상교육에 있어서 도구(Tool) 중심의 교육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전문인으로서 가져야 될 창의성과 영상언어에 대한 학문적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을 때 늘 교육의 결과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언제나 편향되어 있다는 것은 어느 한 부분이 부족하다는 얘기이다.
제자들이 나이 50이 넘어서도 영상제작 현장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카메라 감독으로, 연출자로, 그리고 편집자로 활동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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