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 윤정헌교수의 '시네마 라운지'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5/03
- 조회수
- 1170
영남일보 2005 04 26
[시네마 라운지] 미트 페어런츠2
가족주의로 포장된 좌충우돌 상견례
작위적 갈등 억지봉합 마무리, 대중의 기호 편승 진부한 도식
'미트 페어런츠 2'는 간호사 사윗감을 못마땅해 하는 괴팍한 장인과 덜 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건강한 순박성을 내세우는 사위의 신경전을 다룬 전편 '미트 페어런츠'의 연장선상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당연히 코미디의 전형적 문법에 기대고 있다.
4년 전,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며 번즈 패밀리로 가까스로 인정받은 그렉(벤 스틸러). 이제 남은 건 사랑하는 여자친구 팸(테리 폴로)과의 행복한 웨딩 뿐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마지막 과제가 남아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양가의 첫 번째 만남(상견례).
하지만 그렉은 이 역사적 만남 때문에 전전긍긍,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완고하고 주도면밀한 여자친구의 아버지 잭(로버트 드 니로)과는 너무 다른 자신의 부모가 최대의 복병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
퇴락한 변호사 출신인 아버지 버니(더스틴 호프만)와 노인 전문의 섹스요법사인 어머니 로즈(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자유분방함이 CIA 출신의 결벽주의자 장인과 그 문화에 젖어 있는 장모 디나(블라이스 대너)의 철옹성을 어떻게 뚫을지 난감하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15년 전 그렉과 섬싱이 있었다던 쭉쭉빵빵 유모 이자벨(알라나 우배츠)과 숨겨진 아들 호르헤(레이 산티아고)의 미스터리까지 더해지고 보니 결혼이 이보다 더 어려울 순 없다!
자동응답기에 걸쭉한 성적 담화로 도배를 하는가 하면, 아들의 동정을 연상의 가정부가 앗아갔음을 자랑스럽게 떠벌이는 푼수 아버지 역의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는 어쩐지 과장된 듯하고 노인들에게 요상한 체위를 유도하는 섹스테라피스트 어머니 역의 스트라이샌드도 자연스럽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신뢰의 원'이란 극도의 자기중심적 판단기제를 설정해 놓고 전편에 이어 사위와 그 집안의 구린데를 찾기에 여념이 없는 장인의 집념에 찬 탐정기질과 그런 장인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장모의 지극히 평범한 인생관에 비춰볼 때 양가의 정신적·문화적 코드는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의 형국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지극히 도식적으로 설정된 양가의 극단적 문화 캐릭터는 막판에 그렉의 결백이 밝혀짐과 동시에 가족주의의 너울을 덮어쓴 채 급격히 합일과 화해를 위한 숨가쁜 행보를 내닫게 한다. 따라서 팔 없는 아버지와 다리 없는 아들의 '이대에 걸친 수난과 그 화합의 과정'을 '고등어'를 매개로 잔잔히 풀어 헤친 하근찬의 '수난이대'에서와 같은 코끝 찡한 감동을 맛볼 수 없음은 처음부터 예정된 것이리라. 작위적 갈등을 억지봉합하는 할리우드의 신파 코미디에 눈높이를 맞추려는 겸허한 감상태도가 요구된다.
윤정헌(경일대 미디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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