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매일- 대 끊긴 동창들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4/18
- 조회수
- 1236
매일신문 2005 04 16
대학 구조조정 파고…代끊긴 동창들
“학과 동창으로 출발했지만 뿔뿔이 헤어졌어요. 뭔가 고향을 잃어버린 기분이에요.”
경산지역 어느 대학의 사학과는 지난해 폐지되면서 재학생들은 이번 학기부터 각자 원하는 학과로 옮겼다. 2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이 학과가 모집 중지를 결정하자 재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졸업한 선배들이 더 아쉬워했다. 재학생들은 인터넷에 학과 카페를 만들어 아쉬움을 달래고 이전 동창생과 정을 나누고 있다.
“같은 스승 밑에서, 같은 창문을 바라보며 공부한 동창(同窓)의 추억과 의미는 평생 가슴에 남잖아요. 동창 후배들의 대(代)가 끊긴다니 너무 섭섭해요.”
이 학과 졸업생 정모씨(24)는 “남들이 다 가진 동문의식을 나만 못 가진 기분”이라며 아쉬워했다. 대학 구조조정 파고는 대학 학과 동창의 울타리마저 바꿔놓고 있다. 학과 폐지, 모집 단위 분리 및 학부 통합, 학과 명칭 변경 등으로 학과 동창의 이합집산은 물론이고 동창후배 '대 끊기기'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것.
동창들의 이합집산으로 서로 융화가 잘 되지 않는 현상도 생기고 있다. 화학공학과가 생경한 청정에너지학과로 바뀌는 등 '디지털', '첨단', '신'자가 들어가는 이름으로 학과명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 졸업생들은 자신의 졸업한 학과가 어떤 이름으로 변했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경북대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학과 통합 및 모집단위를 확대한 경우가 20여 개 과에 이른다. 학부제 모집을 하다 보니 동창 의식이 엷어졌다. 특히 대구에서 유일하게 자율전공부를 운영하고 있어 800여 명이 2학년 때 원하는 학과에 흩어지면서 학년 중에 새 동창과 뒤섞이고 있다.
경북대 자율전공부 출신 이모(21)씨는 “2학년 올라가면서 특정학과에 20여 명이 함께 들어갔는데 1년 동안 함께 공부해온 기존 학과학생과 서로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며 “학과 동기생이라는 테두리와 첫출발을 함께한다는 동창의식이 벽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명대는 지난해 별도학과였던 독일학과와 프랑스학과가 유럽학과로 통합되고 물리학과는 디지털물리학과로 바뀌는 등 최근 40여 개 학과가 통합하거나 학과명이 바뀌었으며 학부제 모집 방식으로 변경됐다. 학과 명칭변경으로 새 학과명에 대한 이름도 졸업생들에게는 낯설고 비록 같은 학과 후배라도 ‘동창의식’을 약하게 만든다.
경일대 화공학부의 경우 최근 4년간만 두 차례나 학과 명칭이 바뀌었다. 신소재 환경공학과와 생명공학과로 분리됐다가 올해부터 제약공학과로 바뀌었다. 이 학과 졸업생 김기희(32·<주>도레이새한 근무)씨는 “시대 변화에 따라 학과명칭이 바뀌는 것은 추세라지만 뭔가 낯설다”며 “꼭 다른 학문을 보는 것 같아 학과후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생소해했다.
대학통폐합 바람은 총동창회의 입지도 흔들고 있다. 경북대와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상주대 총동창회장 김태희씨는 “통합에 반대하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동창회원들의 순수한 입장에서 보면 84년의 동창역사가 무너지고 동창회의 정체성이 흔들리는데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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