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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영남-'문화산책' 석성석교수

작성자
이미경
작성일
2005/04/04
조회수
967
영남일보 2005 04 02 [문화산책] 7년 동안 변하지 않는 것들 석성석(경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 7년 동안 텔레비전에서 같은 광고를 본다면? 우리들 일반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얘기일 것이다. 한국에서 CF(commercial film)가 두세 달을 주기로 새로 제작되는 것을 생각하면 CF 수명이 몇 년씩 간다는 것이 당연히 말이 되지 않는다. 광고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 또한 생긴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의 독일에서는 가능한 일인가 보다. 독일 생활 7년 동안 몇몇 방송광고들을 그 모습 그대로 꾸준하게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상미학적으로, 그리고 광고의 기술적·형식적 측면에서 봐도 7년씩 봐줄만한 CF는 아니었기에 CF제작비가 아까워서 그러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몇 년 동안 같은 CF를 반복해서 보자 거리를 거닐다 CF에 사용되어진 음악만 들어도 제품의 이미지와 상표가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이런 방법이 CF 제작의 중요한 목적인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에 크게 기여한 셈이다. 우리 텔레비전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방송 드라마를 보면 변함없는 이야기 구조를 몇 년 동안 초지일관 지켜오는 것을 보게 된다. 한국처럼 변화가 빠르면서 시청자들의 싫증이 잦은 사회에서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싶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마도 우리네 시청자들이 상투적인 이야기 구조의 드라마에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보인다는 얘기인 것 같다. 또 앞서 언급한 독일 CF 경우도 반복 시청을 통해 시청자들이 영상이 보여 주는 이미지에 중독된다고 볼 수 있다. 저녁시간 가족들이 TV 앞에 둘러 앉아 배우와 연출자는 바뀌었지만 내용면에선 옛 모습 그대로인 드라마를 보고 있는 한국의 풍경, 그리고 너무 반복해서 봤기 때문에 CF를 외워버린 지구 반대편 독일의 시청자들, 이들 모두 자본의 경제논리에 희생당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높은 시청률은 결국 방송광고에서 얻어지는 수익을 올려 줄 것이고 반복적인 시청 또한 시청자들의 무의식에 제품의 이미지를 깊이 심어 놓음으로써 시청자들이 그 제품을 구입하게 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좀더 적극적으로 '볼 권리'와 '알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지 않는 한 아마도 당분간은 시청자들이 그것의 상실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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