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매일- '전시산업' 공룡의 시대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3/17
- 조회수
- 1192
매일신문 2005 03 14
국내 최대규모 고양 ‘KINTEX’ 내달 개관
“전시산업 ‘공룡’ 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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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9일 예정인 경기도 일산의 국내 최대규모 전시장 '킨텍스(KINTEX)' 개관을 앞두고 우리나라 전시산업이 본격적인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킨텍스는 최근 경향하우징페어까지 유치해 서울모터쇼, 한국전자전, 한국기계대전, 서울공작기계전 등 국내 빅5 전시회를 모두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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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텍스는 중형 전시회도 잇따라 유치, 연말까지 모두 35개 전시회 스케줄을 확정한 상태다. 킨텍스가 개관 전부터 국내 모든 전시회를 빨아들이는 전시산업의 '블랙홀'이 되면서 서울 COEX, 부산 BEXCO, 대구 EXCO 등 타지역 전시장들은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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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전시장 건립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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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현재 전국에 분포해 있는 전시장은 총 6곳. 하지만 지금 있는 전시장들은 앞으로 들어설 전시장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올해 개장하는 일산 킨텍스와 광주 GEXCO, 창원 CECO를 포함해 앞으로 대전, 인천 송도 등 지자체들마다 경쟁적으로 전시장 건립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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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단계 개장을 앞둔 일산 킨텍스는 전시관 면적이 1만6천여 평으로 축구장 6개를 합친 것에 육박한다. 이는 엑스코(1만1천여 평)보다 약 1.5배 큰 것. 여기에 3단계 확장공사가 끝나는 2013년 5만4천여 평으로 늘어나면 현재 국내 전시장 총 면적의 절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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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와 창원도 올 7월, 9월 전시컨벤션센터를 개관한다. 또 울산, 대전이 2006년 완공을 목표로 전시컨벤션센터를 추진 중이고 서울도 현 학여울 무역전시장에 제2의 코엑스를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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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맞은편에 1만8천 평 규모의 중소기업전시장을 만들 계획이다. 이 밖에 인천 송도, 수원, 울산 등도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구상 중이거나 착공단계에 들어가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전시컨벤션산업은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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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확대로 전시사업 하향평준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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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장에 간다니까 거름 지고 나선다'는 우리 속담처럼 너도나도 전시산업에 뛰어들면서 전시장마다 전시회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실제 지난해 EXCO가 개최해 '대박'을 터뜨린 국제모터사이클쇼'를 올해 킨텍스가 유치하려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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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O 오경묵 홍보팀장은 "EXCO가 개관 3년 만에 가동률을 70%대까지 올리며 제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에 속속 전시장이 들어서면서 국내전시시장을 두고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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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전시장은 99년 1만4천290평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 8만8천648평으로 늘어났고 올해 말까지는 10만7천288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규모는 국제건축가연맹이 전망한 올해 국제회의 188건(수용인원 17만4천740명)과 기타 국내외 전시회 등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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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감사원이 2002년 지자체의 국제회의 전시시설 건립 운영 등에 대한 감사 결과 대전무역전시장 가동률이 20.9%에 그치는 등 지방소재 전시장 가동률은 평균 30%대라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전시컨벤션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개관 초기 적자를 내는 전시장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지역별로 특화하지 못한 전시장이 무작정 건립된다면 국내 전시산업 전체가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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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BIG 전시회' 나선 EX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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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관 4주년을 맞는 EXCO는 지난해 전시장 가동률 72%라는 '풀가동'에 가까운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타 지역 전시장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교통, 숙박, 관련산업 등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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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O는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 Act local)'를 모토로 우선 지역산업과 연관이 크고 특색있는 '7대 빅 전시회'를 만들 계획이다. 기존 PID(대구국제섬유박람회), DIOPS(대구국제광학전) 등 지역전통산업과 연관된 전시회를 비롯해 '대구 지하철 참사'를 모티브로 기획한 대구국제소방안전엑스포, 국제모터사이클쇼 등 지역 특화 전시회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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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역의 전자산업과 농산물 등 대구·경북을 아우르는 산업 전시회 발굴에도 나선다. 이와 함께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임을 감안, 해외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MOU를 체결한 '싱가포르 전시컨벤션센터(SINGEX)'와 함께 8월 '아시아 패션위크'에 지역 패션업계와 함께 참가한 뒤 내년에는 EXCO에서 이를 개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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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매년 EXCO 직원을 SINGEX에 파견해 해외연수를 하는 한편 동유럽, 인도, 중국 등 신규시장을 개척하고 전시 에이전트들과 네트워크 형성도 고민할 계획이다. EXCO 백창곤 대표는 "입지조건이 불리하고 전시장 규모가 작아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데다 올해부터 경쟁마저 치열해 생존을 위한 경영을 해야 한다"라면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기획력을 바탕으로 한 전시회를 계속 유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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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EXCO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제2 EXCO 건립, 숙박·교통 등 인프라 확보뿐만 아니라 전문인력 양성, 메쎄 등 해외 유명전시기획사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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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대 서민교(무역전시컨벤션학과) 교수는 "전시산업은 '규모의 경제'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라며 "현 EXCO 규모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경북이 구미와 포항에 별도의 전시장을 만들기보다 대구와 경북이 손잡고 공동출자해 '제2 EXCO'를 건립해 시너지 효과를 노려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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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교 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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