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 윤정헌교수의 시네마 라운지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1/27
- 조회수
- 1214
영남일보 위클리 포유 2005 01 27
(시네마 라운지)'베니티 페어'
신분상승 욕구에 불타는 여인
19세기 영국 상류사회의 위선 그려
'허영의 시장' 통해 본 인간의 욕망
'베니티 페어(Vanity Fair)'는 찰스 디킨스와 더불어 19세기 영국소설을 대표하는 윌리엄 새커리의 시대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우리에겐 '허영의 시장'이란 제명으로 알려져 있다. 디킨스가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등 주로 영국의 하류계층을 배경으로 다루며 사회개혁을 부르짖는 작품을 쓴 데 비해, 새커리는 당대 영국 상류사회의 모순과 허위에 찬 풍속 묘사에 주력하였는데 이 작품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나폴레옹 전쟁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신분상승 욕구에 불타는 여인 베키 샤아프(리즈 위더스푼)의 도전적 삶을 부유한 상인 집안의 딸 아멜리아 새들리(로몰라 가라이)의 순종적 인생과 대비시키고 있는 이 영화는 전통 귀족사회와 식민지 인도에서 유입된 신흥 부호계층이 뒤섞여 아부와 모략과 출세를 위한 온갖 위계를 일삼던 당대 영국 상류계층의 실상을 리얼하게 짚어내고 있다.
가난한 예술가의 딸로 태어난 베키는 어려서 일찍 고아가 되지만, 초라한 현실을 벗어나 멋진 삶을 살 것을 다짐한다. 학교를 졸업한 베키는 상류사회를 향해 내딛을 첫 발로 크롤리 가의 가정교사 자리를 구한다. 유일한 친구이자 재력가 집안의 딸, 아멜리아의 집에 초대받은 베키는 아멜리아의 오빠인 조스를 단숨에 사로잡지만, 아멜리아의 약혼자인 조지 대위(조나단 라이 메이어스)의 훼방으로 조스와의 관계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 후, 크롤리 가의 가정교사로 일하던 베키는 뛰어난 재치로 부유한 노처녀 미스 크롤리(에일린 앳킨스)의 신임을 얻게 되고, 그녀의 전 재산을 상속받는 매력적인 바람둥이 로든 대위(제임스 퓨어포이)를 만나게 된다. 미스 크롤리를 따라 런던으로 온 베키는 로든 대위와 사랑에 빠지고 그와 비밀리에 결혼까지 한다. 로든과의 결혼으로 베키는 귀족 신분을 얻지만, 화가 난 미스 크롤리는 로든의 재산 상속 자격을 박탈해 버리고 둘은 빈털터리가 된다. 신분이 상승된 베키는 상류사회를 향한 야심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하고, 전쟁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베키에게 그녀의 꿈을 이루게 해 줄 스타인 백작(가브리엘 번)이 다가오는데….
오직 부와 명예만을 향한 베키의 집착은 아멜리아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대비되어 지기는 하지만, 여감독(미라 네어) 특유의 감성이 작용해 베키를 자신의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는 '건강한 매력녀'로 해석하게 한다. 그러나 왠지 그녀에게서 '날라리' 이미지를 지울 수 없는 건 아무래도 '금발이 너무해'에서의 가벼운 캐릭터 때문인가 보다.
sijeongjunmin@hanmail.net윤정헌(경일대 미디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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