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영남-윤정헌교수의 '시네마라운지'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5/01/03
- 조회수
- 1286
영남일보 위클리 포유 2005 01 01
[시네마 라운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동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매직 로맨스'
기계 vs 인간, 문명 vs 자연
끝없는 포용·사랑으로 극복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일본열도를 강타한 기세를 타고 성탄 전야의 한국 땅에 상륙했다.
무대는 19세기 말, 유럽의 근미래화가들이 상상으로 그려낸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고 있는 세계 '앵거리'. 소피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자상점에서 쉴틈없이 일하는 18세 소녀다. 어느날 마을로 나간 소피는 우연히 왕실마법사 하울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하울을 짝사랑하는 황무지 마녀는 두 사람의 사이를 오해, 주문을 걸어 소피를 90세 노파로 만들어버린다. 낙심한 소피는 가출을 하고 황무지를 헤매다 결국 하울이 사는 성에 하녀로 낯선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하울이 사는 거대한 성은 사람들이 너무나 무서워하는 다리가 4개 달린 '움직이는 성'. 이 기괴한 성에서 하울과 소피의 기묘한 사랑과 모험이 시작되는데….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의 근간을 이루는 기계문명과 인간정신의 대립,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 이 문제를 이 영화에선 '소피'와 '하울'의 로맨스라는 강력처방으로 풀어내려 한다. 나는 새의 이미지와 비행기의 무력을 결합한 기상천외의 '비행군함'이 등장하고, 황무지 마녀의 수하인 고무인간들이 도시를 관통해 횡행하는가 하면, 연기나는 굴뚝과 인간세상의 온갖 고철덩어리를 탑재한 '이동식 성(城)'이 '무다리' 허수아비와 함께 공중유영을 펼쳐 보인다. 소심한 자유주의자며 꽃미남 마법사인 하울, 하울의 심장을 먹고 계약에 의해 '움직이는 성'의 운행을 컨트롤하는 불의 악마 '캘시퍼', 하울을 흠모하며 간절히 그의 심장을 노리는 '황무지 마녀', 왕실의 전쟁을 이끄는 마법학교 스승 '설리번', 그리고 천진한 어린이의 감성을 간직한 하울의 조수 '마르쿨' 등 영화를 떠받치고 있는 일련의 설정들은 모두 자신의 외모엔 자신이 없지만 너무나 낙천적이고 순수한 사랑으로 가득찬 '소피'의 아름답고 뜨거운 가슴(내면)을 부각시키는 배경적 제재에 불과하다.
언젠가 한 번은 가 봤음직한 유럽의 고풍스러운 가상 도시에서 펼쳐지는 전쟁 속의 마법 모험담인 이 영화가 실없는 일화로 전락하지 않고 우리에게 뭐라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이끌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히사이지 조의 감동적인 음악과 함께 '사랑과 포용'의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소화해낸 '소피'의 덕택일 터. 그래서 '소피' 뒤에 버티고 선 미야자키의 그림자가 더없이 크고 위대해 보인다.
윤정헌<경일대 미디어문학과 교수>sijeongjun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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