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대구-강형구교수의 '대구시평'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4/12/23
- 조회수
- 1509
대구일보 2004 12 21
<대구시평> -문화의 거리
내가 대구에 와서 정착한지도 3년이 되어 간다. 처음 대구에 내려와서 주변에 관광지나 이름있는 곳을 모두 찾아 다녔다. 목공예, 가구디자인을 전공하다 보니 미술과 디자인에 관련한 문화적인 요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루는 대구에 ‘봉산동 문화의 거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기대를 갖고 찾아 갔다. 그러나 결과는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몇 몇 갤러리와 표구사들만이 골목을 채우고 있었고, 거리에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너무도 썰렁했던 거리의 모습들을 뒤로한 채 십여분 만에 그 골목을 빠져 나왔다.
우리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부산과 함께 가장 큰 도시 가운데 하나인 대구에 문화의 거리라고 하는 곳이 이렇게 썰렁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한 곳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서울의 인사동 골목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활기에 찬 모습들, 매 주 수요일 화랑들이 오픈하는 날이면 주변에 음식점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주말이면 여러 가지 볼거리와 차 없는 거리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볼거리를 제공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제공되어지는 것이다.
봉산동의 자그마한 골목 안에도 많은 화랑들이 모여 있고 매년 도자기 축제도 열리고 있다. 하지만 축제기간에만 잠시 사람들이 모이는 단편적인 행사로는 문화의 거리라는 명맥을 이어가기가 힘들 것이다. 언제나 그곳에 가면 즐거움이 있고 다양한 볼거리들을 접할 수 있을때 진정한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대구의 명소로 자리 매김을 하기 위해서 거리 주변에 대한 재정비와 더불어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여러가지 행사들과 사람들이 토론하고 쉴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되어져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이 곳에는 ‘봉산 문화예술회관’이 건립되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며 이를 계기로 봉산동 문화의 거리가 살아 숨쉬는 진정한 문화의 거리가 되길 바란다.
강형구(경일대 인테리어조형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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