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대구-강형구교수의 '대구시평'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4/11/30
- 조회수
- 1574
대구일보 2004 11 30
<대구시평>한국 전통가구에 나타난 미의식
우리가 생활하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품목 가운데 하나가 가구가 아닌가 생각한다. 어느 가정을 방문하여도 집안에는 여러 가지 가구들이 놓여져 있으며, 길거리를 지나갈 때에도 가구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만큼 가구라는 것은 우리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길거리 쇼윈도 안에는 수많은 스타일에 가구들이 소비자의 손을 기다리며 진열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종류와 스타일 중에는 우리 선조들이 사용해왔던 전통가구들보다 뛰어난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가진 가구들을 만나보기란 무척이나 힘든 것 같다. 우리의 전통가구는 조선조 목가구로 대변할 수 있는데, 조선조 목가구에 나타난 미학에는 우리 한국인의 조형의식이 매우 잘 나타나 있다.
조선조 가구들은 사용자에 따라 또는 놓여지는 공간에 따라 그 형태와 기능상에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사용자의 주문에 의해 생산되어져 주인의 개성과 취향이 가구 안에 잘 담겨져 있다. 또한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생활양식에 적합한 가구들로 만들어졌으며, 선과 면의 아름다운 분할과 비례는 우리 조선조 가구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 하겠다.
특히 간결한 선과 목재의 자연스러운 결을 그대로 살린 자연의 미는 소박하고 가식이 없는 우리의 내면세계와 정체성을 가구에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자연에 순응하며 이치대로 살아가는 자연에 대한 순리주의와 자신을 낮추고 겸양에 자세를 미덕으로 생각하고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삶의 철학이 절제된 선과 기교보다는 전체적인 조화와 자연미를 살린 목가구에 잘 나타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생활양식에 변화로 더 많은 종류에 가구들이 만들어지고, 그 스타일도 다양화되어졌다. 또한 대량생산 체제로 과거에 비해 양적인 면에서 많은 물량의 가구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모조품이나 정체불명의 가구들이 영세한 가구공장을 통하여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다. 가격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하나의 가구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는 사용자에 대한 배려와 사용되어지는 공간 등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우리의 현대 가구도 우리의 전통가구에서 보여지는 미학과 그 정신세계를 본받아 우리의 문화 정체성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다시 한번 거듭나길 바란다.
강형구(경일대 인테리어조형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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