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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본 KIU

제목영남- 윤정헌교수의 '시네마 라운지'

작성자
이미경
작성일
2004/11/18
조회수
1726
영남일보 위클리 포유 2004 11 18 시네마 라운지] 할리우드판 '쉘 위 댄스' '스시 버전'에서 '햄버거 버전'으로 댄스로 표상된 일상 벗어나기 내용 비슷…개성연기는 눈길 일상에서 일탈하고픈 중년 남성의 은근한 욕구를 댄스를 매개로 애절하게 풀어낸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1996년작 '쉘 위 댄스'를 리메이크한 할리우드판이 스산한 이 가을에 우리 곁을 찾아왔다. 할리우드판 '쉘 위 댄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원작의 범주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다. 도쿄는 시카고로 대체됐고, 야쿠쇼 고지는 리처드 기어로, 구사카리 다미요는 제니퍼 로페즈로 바뀌었을 뿐 중년의 위기를 맞은 남자가 춤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는 이야기의 골격은 판에 박은 듯하다. 남편의 행동거지가 수상하다고 여긴 비벌리(수잔 서랜던)가 사립탐정을 고용한다거나, 존의 회사 동료가 가발을 쓴 채 열정적인 라틴댄스를 춘다는 설정 또한 원작과 똑같다. 단지 등장인물들의 후일담 에피소드를 부연하고 할리우드가 표방하는 미국식 가족주의를 인위적으로 포장하기 위해 존 클라크(리처드 기어)가 아내의 직장을 찾아가 '사랑의 통과의례'를 치른 후 춤 선생 미치(제니퍼 로페즈)의 송별댄스파티에 간다는 사소한 간극이 눈에 띄는 정도이다. 리메이크의 목적은 외국 혹은 다른 시대의 작품을 환경을 바꿔 그 시대와 자기 나라의 생활 습속에 맞춰 재생산함으로써 색다른 감동을 창출하려는 데 있다. 리처드 기어의 '쉘 위 댄스'가 얼마나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지는 관객들이 판단할 몫이겠지만 적어도 스토리 자체로선 별 뾰족한 반응을 얻기 어려울 것 같다. 대신 이번 리메이크 버전은 할리우드식으로 조련된 간판배우들의 개성적 연기와 훨씬 육감적이고 역동적으로 처리된 댄스의 동작들이 눈길을 끌게 한다. 중년 남자의 애절한 방황에 포커스가 맞춰졌던 원작의 가슴뭉클한 스토리와 댄스로 풀어내는 인생사의 아기자기한 감동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리처드 기어의 관록과 제니퍼 로페즈의 관능적 육체미, 그리고 수잔 서랜던의 노회함 등이 '터미널'의 매서운 관리에서 우스꽝스러운 댄스광 변호사로 기꺼이 망가진 스탠리 투치의 연기변신과 더불어 뭔가 색다르고 강렬한 것을 요구하는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하철이 주된 대중교통 수단인 뉴욕 맨해튼보다는 지상철이 도시를 관통하는 시카코를 배경으로 택한 것이 리처드 기어의 눈과 댄스교습실의 실루엣을 잇기 위한 설정이었듯이, 제니퍼 로페즈의 뇌쇄적 몸매와 육감적 율동은 구사카리 다미요의 사색적 이미지에서 과감히 벗어나려 하고 수잔 서랜던이 풍기는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여유와 원숙미는 원작에서의 아내의 청순한 순종미를 상쇄시키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판권을 사들인 '쉘 위 댄스'는 이렇게 '스시버전'에서 '햄버거버전'으로 바뀐 것이다. 윤정헌<경일대 미디어문학과 교수>sijeongjun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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