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중앙- 한국어 알면 취업 보증 수표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4/11/09
- 조회수
- 1672
중앙일보 2004 11 09
<상> "한국어 알면 취업 보증수표"
'류한퉁쉐(留韓同學)'. 중국에서 자국의 한국 유학파를 일컫는 말이다. 지난해 한국 유학파 20여명은 베이징(北京)에서 모임을 결성하는 등 중국 내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대학에 등록한 전체 외국 유학생 중 중국 유학생의 비율은 절반을 넘어선 5400여명. 이들은 장래의 한·중관계를 짊어질 '지한파'로 불린다.
# 풍경 1. 지난 6일 서울 월계동 광운대 인근 R고시원. 방마다 식사시간 등을 알리는 '宿舍注意事項'(숙사주의사항)이라는 중국어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38명 중 24명이 중국 유학생이다. 광운대에는 현재 172명의 중국 유학생이 학·석사 과정에 등록돼 있다. 고시원에서 8개월째 살고 있는 쉬중이(徐仲佾·24·미디어 영상학부1)는 "한 평도 채 안 되는 방에 여러 가지 규칙까지 많아 불편하지만 생활비를 아끼려고 고시원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 풍경 2. 지난 3일 오후 3시 경북 경산시 경일대 '관광학개론' 강의실. 22명의 수강생 중 절반이 넘는 12명이 중국 유학생이다.
담당교수는 중국 학생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교과서의 용어를 중국에서 쓰는 한자어로 옮겨가며 우리말로 강의를 진행했다. 중국에서 잘 쓰지 않는 '여가(餘暇)'라는 용어 대신 '空閑(공한)'이라는 단어를 나란히 칠판에 써 놓았다.
중국 유학생들이 몰려오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 따르면 학위를 따기 위해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은 지난해 모두 5400여명으로 국내 대학에 등록한 전체 해외 유학생 9456명 중 58%를 차지한다. 2위인 일본(870명)보다 6배나 많고, 3위인 미국(737명)의 7배가 넘는다. 중국 유학생 수는 2000년 1700여명, 2001년 2500여명, 2002년 3800여명으로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10여년 전 불기 시작한 '중국 붐'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 대학에 등록 중인 한국 유학생이 8000여명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학생의 한국 유학은 새로운 현상이다.
중국 유학생들은 주로 대학부설 어학원에 서너 달을 다니며 언어를 익힌 뒤 서류심사 등 외국인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한다. 대부분은 중국 내 취업을 위해 국제통상학과·경영학과 등에서 우리말을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일부는 전자·통신·산업디자인 등 첨단 산업분야를 선택해 공부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올 11월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모두 2658개. 해외에 진출한 전체 한국 기업(6625개)의 3분의 1. 이 때문에 중국어와 한국어를 함께 쓸 수 있는 중국 유학생들에게 한국행은 취업의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한국 유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대학들도 각종 유인책을 제시하며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구대는 256명의 중국 유학생 전원에게 기숙사를 제공하고 학사경고를 받지 않는 한 이들에게 매학기 등록금의 50%를 감면해주고 있다.
전남 나주의 동신대는 중국 대학 세 곳과 자매결연을 하고 2년씩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수강한 학생들에게 두 학교의 학위를 모두 주는 '2+2 학위제'를 도입했다.
동신대 국제교류 담당 한정철씨는 "우수한 학생들을 안정적으로 유치하게 된 데다 대학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등 명문대도 이공계 영재를 중심으로 중국 유학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대는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지난 3월 중국에서 3명의 이공계 석사과정 유학생을 받았다. 이들은 중국 내 상위 1%에 드는 우수인력으로 등록금·기숙사비·생활비 등 연간 1인당 2500만원을 제공받는다.
임장혁·정강현 기자
sthb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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