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대구-강형구교수의 '대구시평'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4/11/09
- 조회수
- 1678
대구일보 2004 11 09
<대구시평>
노래가사에 나타난 우리의 주거문화
1950년 한국전쟁이후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문화 할 것 없이 빠르게 변화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의 주거문화는 단독주택에서 아파트와 원룸으로,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되어 왔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하여도 주변에는 3세대가 함께 살고 있는 가정이 많았고, 할머니의 손을 잡고 등교를 하던 친구들을 자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우리 생활의 변화된 모습들은 우리가 즐겨 부르던 노랫말에서도 엿 볼 수가 있으며, 그 시대에 따라 나타나는 노래가사 속에서 변화되는 우리의 정서를 느낄 수가 있다.
구전민요 가운데 잘 알려진 ‘달타령’을 보면, 그 시절의 주거 문화가 잘 담겨져 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 금도끼로 베어내고 은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지어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지고 ~’. 초가삼간이라는 실로 가난한 삶 속에서도 양친부모를 모시고 천년만년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후 1960년대 나훈아의 ‘강촌에 살고싶네’와 남진의 ‘님과함께’라는 노래가사를 보면, 앞에서 이야기한 ‘달타령’과는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네 ~’. 강촌과 푸른 초원 위에서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은 마음이지만 거기에는 부모가 아닌 친구나 사랑하는 임이라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핵가족의 정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0년대에 와서는 한 평생 같이하고 싶은 임도 아니고, 그저 보고 싶으면 언제나 찾아 가서 볼 수 있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사고를 ‘아파트’라는 노래가사 속에서 찾아 볼 수가 있다.
‘그리운 마음에 전화를 걸면 ~ 다시 또 찾아왔지만 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쓸쓸한 너의 아파트’ 만약 가족과 함께 산다면 이렇게 아무 때나 찾아 올 수 있을까? 이것은 우리의 원룸문화를 말해 주는 것이며,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홀로 살고 싶어하는 우리의 젊은 세대들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우리의 노래가사를 들어 보면서 초가에서 아파트까지 변화되어져 온 우리의 주거문화를 생각해 보니 한편으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주거문화는 어떻게 변화되어질까? 온 가족이 즐겁게 정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노래가사가 나오길 바란다.
강형구(경일대 산업공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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