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매일- 경일대산악회의 '아름다운 산행'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4/10/11
- 조회수
- 1995
매일신문 2004 10 11
아름다운 산행, 장애인들과 함께 팔공산 오른 경일대산악회
."세상이 달라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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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이 조금씩 물들던 10일 오전 9시. 팔공산 가산산성 주차장엔 일요일을 맞아 아침 일찍부터 일반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장애인 20여명이 산 정상을 바라보며 모여 몸을 추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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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을산행에 나선 경북 고령군 성산면 천주교 대구대교구 성요셉 재활원생들. 대부분 혼자서는 몸조차 가누기 힘든 이들은 곧이어 도우미를 자처한 경일대학교 산악회원 등 70여명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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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에 몸을 맡긴 장애자들도 포함돼 산행은 더디기만 했으나 누가 하나 불평없이 산에 올랐다. 경일대 산악회 차진철(39·달서구 도원동) 등반대장은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가을산행을 재활원 친구들과 함께하게 됐다"며 "첫 산행 후 재활원 친구들이 자꾸만 산에 올라가자고 보채 올해엔 시기를 좀 앞당겼는데 단풍이 많이 들지않아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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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산행은 사고 위험 때문에 산악회 회원들과 그 가족들이 총 출동했고 로타리클럽회원 일부도 참가해 장애인 1명당 3, 4명이 따라붙었다. 휠체어를 탄 이수희(10)양은 "누워서만 지냈는데 오늘 이렇게 나오니 정말 잘 걸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간호사가 돼 나같이 어려운 친구들을 돕고 휠체어를 밀어주면서 산행도 시켜줄 것"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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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모세(9)군은 서일환(51·북구 관음동)씨의 손을 꼭 붙잡고 올라가며 가수 심수봉의 히트곡을 부르며 주위에 웃음을 선사했다. 장애인들과 처음으로 가깝게 인사를 나누고 산행을 도운 도우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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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양 휠체어를 끌어준 이경화(41·북구 관음동)씨는 "아들 딸들과 함께 나왔는데 교육에도 좋은 것 같고 봉사하면서 함께살기의 미덕도 기를 수 있다"며 "아들 기훈이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좋은 일 많이 하고 싶다며 친구들과의 약속도 뿌리치고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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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뒤 정상에 오른 이들의 온 몸은 땀으로 젖었다. 일반인이면 1시간 거리. 그러나 이들은 누구보다 힘껏 아래를 향해 '만세'를 외치며 성취감을 즐겼다. 지난해도 부인과 함께 자원봉사에 나섰던 성기환 대구산악연맹 부회장은 "지난해 부축받아 겨우 산행했던 장애우가 그동안 남다른 노력으로 올핸 거의 혼자서 등산해 너무 흐믓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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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산행을 마련한 이은혁 산학회장은 "모든 장애우들이 무사히 산행을 마쳐 다행"이라며 기뻐했다. 성요셉재활원 김정렬 원장은 "재활원의 106명 중 움직일 수 있는 친구들은 모두 데리고 왔다"며 "대부분 친구들이 중복지체장애자라 산행에 어려움이 많은데 이렇게 도와줘 정말 고맙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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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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