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매일- '서가에서' 신재기교수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4/08/04
- 조회수
- 1895
매일신문 2004 07 30
<서가에서-계륵 같은 문예지 >
필자의 연구실 서가의 적잖은 공간은 문예잡지들로 차 있다. 한국근대비평사를 전공하다 보니 일제 시대와 해방기 및 50년대, 60년대 문예 관련 잡지를 텍스트로 삼는 것은 필수적이었고, 현장 평론가로서 활동을 하려고 하니 동시대에 발간되는 문예지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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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으로 문예지를 구입한 것은 1973년 10월 ’문학사상’ 창간호부터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경제 사정상 학부시절에는 큰 욕심을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능력으로 돈을 벌면서부터 웬만하면 당시 출간된 문예지는 빠뜨리지 않았다. 이십여 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고 보니 가장 성가신 것이 바로 이러한 잡지들이었다. 눈 딱 감고 버리고 싶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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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충실한 몇몇 문예지들은 나의 문학공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문학에 대한 야망과 꿈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반면에 열등의식과 내 자신의 초라함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할 때도 있었다. 몇 권의 유명한 문학이론서들보다, 문예지에 실려 있는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시각들을 만날 때면 내 가슴은 더욱 뭉클해졌다. 문예지의 매력은 그런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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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달 혹은 계절마다 정기적으로 간행되는 것들이기에 거의 읽지 않고 그대로 꽂아 두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지나간 문예잡지들은 쓸데없이 내 연구실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때부터 줄이자, 버리자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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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줄이기는 했지만 아직 버리지는 못하고 내 욕망의 징표인 양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는 형편이다. 그것들을 과감히 버릴 수 있을 때 나는 지금보다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으리라. 아직 내 연구실의 문예지들은 계륵(鷄肋)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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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기(경일대 미디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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