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매일-BOOK 신재기교수의 '서가에서'
- 작성자
- 이미경
- 작성일
- 2004/07/06
- 조회수
- 1972
매일신문 2004 07 03
서가에서-소설을 고르면서
유년 시절 이야기에 대한 나의 갈증은 유별났다. 어른들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에 귀기울였고, 어린이 신문에 연재되는 동화는 읽고 또 읽었다. 아버지가 읽던 소설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몰래 훔쳐 탐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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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접했던 이야기에는 신비로운 세계가 있었다. 그 미지의 세계 속에서 무수한 꿈을 꾸었다. 그러면 내 마음은 늘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미정형의 요상한 모양으로 변해갔다.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또 하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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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기의 본질은 소통에 근거한다.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소통은 삶의 가장 근원적인 것이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삶의 다양한 경험들을 자기 나름대로 소화하여 주고받으면서 공감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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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소통의 원리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는 자신을 표현함으로써 내 존재를 확인하고, 타자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짐으로써 인간적인 이해를 가능케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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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리는 누구나 모두 이야기꾼이다. 그런데 이야기의 소통이 실용적인 정보 중심으로 기울게 되면 삶의 향기와 지혜를 잃게 된다. 현실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정보에만 집착하게 되는 세상은 생명이 고갈된 사막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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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소통들은 대량의 실용적인 정보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정보나 지식이 많다고 해서 인간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차 없는 지식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수면 아래 있는 인간의 정신과 감정은 그것으로 감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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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디어에 의한 소통도 인간적인 생명을 지향하고 세상의 굴곡과 떨림을 담으려고 애써야 할 것이다. 내 연구실 서가에 빼곡히 꽂혀 있는 책들을 죽 둘러본다. 뛰어난 이론가들의 정연한 논리와 유창한 논변들이 날카로운 칼날같이 느껴진다. 저 많은 정보들에 맹목적으로 다가갔던 나의 근시안이 부끄럽다. 오늘은 내 서가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소설 한 권을 골라 그 이야기 속에 빠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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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대 미디어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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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서가에서' 필자가 신재기 경일대 미디어문학과 교수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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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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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고려대 문학박사 △199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 '창조적 비평의 논리'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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